방이동 먹자골목 옆길로 걸어가 봤더니, 조용한 밥집들이 보였다

얼마 전 잠실 쪽에서 약속이 끝나고 방이동 골목을 조금 걸었다. 보통 방이동맛집을 찾으면 먹자골목 한가운데, 간판이 밝고 줄이 긴 곳부터 떠오르는데 그날은 괜히 그런 곳을 피하고 싶었다. 저녁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고, 큰길 쪽은 이미 사람 소리가 꽤 높았다. 그런데 한 블록만 안쪽으로 들어가니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차 소리는 멀어지고, 가게 안에서 들리는 숟가락 부딪히는 소리나 조용한 대화가 더 잘 들렸다.
방이동은 참 묘한 동네다. 올림픽공원과 잠실 사이에 있어서 늘 사람이 많을 것 같지만, 막상 골목을 잘못 들어간 척 걷다 보면 오래된 동네 밥집과 작은 술집이 꽤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유명한 맛집을 일부러 찾아가는 재미도 있지만, 이 동네는 조금 천천히 걸어야 보이는 곳들이 있다.
방이동맛집을 찾을 때, 큰길보다 옆길이 먼저였다
방이동 먹자골목은 처음 가면 선택지가 너무 많다. 고깃집, 이자카야, 곱창집, 국밥집, 칼국수집까지 거의 100m 안에서 계속 간판이 이어진다. 그래서 오히려 어디를 들어가야 할지 잘 모르겠는 순간이 온다. 나도 예전에는 검색 순위가 높은 곳만 골랐는데, 솔직히 그런 곳은 맛이 없어서 실망하기보다 사람이 많아서 지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움직였다. 송파구청 쪽 큰길에서 바로 식당을 고르지 않고, 방이시장 방향으로 난 안쪽 골목을 따라 걸었다. 같은 방이동이어도 큰길에서 5분 정도만 벗어나면 가게의 속도가 느려진다. 대기 명단이 붙은 집보다 동네 주민들이 이미 앉아 있는 작은 식당이 더 눈에 들어왔다.
특히 평일 저녁 기준으로 6시 30분 전에는 비교적 한산한 편이었다. 7시가 지나면 회사 사람들, 운동 끝난 사람들, 근처에 사는 가족 단위 손님이 조금씩 들어왔다. 그러니까 조용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너무 늦게 가는 것보다 애매한 시간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직접 들어가 보니 좋았던 건 화려함이 아니었다
내가 그날 마음에 들었던 곳은 넓고 세련된 식당이 아니었다. 테이블은 대략 8개 정도였고, 벽에는 오래된 메뉴판이 붙어 있었다. 메뉴도 복잡하지 않았다. 찌개, 제육, 생선구이처럼 평범한 밥상이 중심인 집이었다. 이런 곳은 사진으로 보면 특별해 보이지 않는데, 막상 앉아 보면 여행 중에 가장 오래 기억나는 경우가 있다.
방이동맛집이라는 말을 붙이려면 무언가 대표 메뉴가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사실 동네 식당의 매력은 다른 데 있다. 밥이 너무 질지 않고, 반찬이 과하게 달지 않고, 손님이 들어올 때 사장님이 눈으로만 살짝 인사하는 정도의 거리감. 그런 것들이 편했다. 음식이 테이블에 놓이는 속도도 빠르지 않았고, 그래서 더 좋았다.
그날 먹은 찌개는 특별한 재료가 들어간 맛은 아니었다. 대신 국물이 세지 않고 끝이 깔끔했다. 반찬은 네 가지가 나왔는데, 콩나물무침과 김치가 제일 손이 자주 갔다. 가격은 요즘 서울 밥값을 생각하면 아주 저렴하다고 하긴 어렵지만, 한 끼 식사로 부담스럽지 않은 선이었다. 방이동 중심부에서 이 정도로 조용히 앉아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더 크게 느껴졌다.
사람 적은 시간대와 골목 분위기
방이동에서 조용한 식사를 원한다면 시간대가 꽤 중요하다. 주말 저녁은 확실히 피하는 편이 낫다. 잠실과 올림픽공원 일정이 겹치는 날이면 평소보다 골목이 더 붐빈다. 특히 공연이나 경기 일정이 있는 날에는 식당 안보다 길에서 먼저 피곤해진다.
내 기준으로는 평일 오후 5시 30분부터 6시 30분 사이가 가장 편했다. 점심을 놓친 사람과 저녁 약속 전 손님이 섞이는 시간인데, 아직 테이블이 꽉 차지는 않는다. 혼자 들어가도 눈치가 덜 보이고, 둘이 조용히 이야기하기에도 괜찮다. 8시 이후에는 술자리 분위기가 강해지는 가게가 많아서 밥만 먹고 나오기에는 조금 어수선할 수 있다.
- 조용한 식사: 평일 5시 30분~6시 30분 사이가 무난했다.
- 혼밥 분위기: 작은 백반집이나 찌개집은 부담이 적었다.
- 걷기 좋은 동선: 송파구청역 쪽에서 방이시장 방향으로 천천히 걷기 좋았다.
- 피하면 좋은 날: 올림픽공원 행사나 잠실 경기 일정이 있는 저녁.
골목 자체는 아주 예쁘게 꾸며진 동네는 아니다. 그런데 그 점이 좋았다. 여행지처럼 꾸민 포토존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부러 오래된 척하는 공간도 아니다. 그냥 사람들이 퇴근 후에 밥을 먹고, 장을 보고, 가볍게 한잔하는 동네의 표정이 있다. 방이동맛집을 찾는다면 그런 표정까지 같이 보는 편이 훨씬 기억에 남는다.
방이동에서 밥 먹고 걷기 좋은 코스
식사 후에는 바로 지하철역으로 돌아가기보다 조금 걷는 걸 권하고 싶다. 방이동은 잠실처럼 번쩍이는 야경이 있는 동네는 아니지만, 올림픽공원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길이 넓어지고 공기가 조금 달라진다. 밥을 먹고 15분 정도만 걸어도 동네 식당가의 소음이 멀어진다.
나는 보통 방이동 안쪽에서 식사를 하고, 올림픽공원 평화의문 방향으로 천천히 걷는다. 배가 너무 부르지 않을 정도의 식사를 했다면 이 코스가 꽤 좋다. 여름에는 해가 완전히 지기 전이 좋고, 겨울에는 너무 늦지 않은 시간이 편하다. 길이 복잡하지 않아서 혼자 걸어도 부담이 크지 않다.
카페를 찾는다면 대형 프랜차이즈보다 골목 안 작은 커피집을 보는 편이 낫다. 방이동에는 늦게까지 여는 카페도 있지만, 조용한 분위기를 원하면 밤 9시 이후보다는 저녁 식사 직후가 낫다. 사람 많은 곳을 피하려고 왔다면, 카페에서도 일부러 창가 자리나 구석 자리를 고르게 된다. 그렇게 앉아 있으면 이 동네가 관광지라기보다 생활권이라는 게 더 잘 보인다.
방이동맛집을 고를 때 내가 보는 것들
검색 결과만 보고 고르면 실패 확률이 아주 높지는 않다. 다만 내가 원하는 조용한 여행과는 조금 멀어질 때가 있다. 그래서 방이동에서는 별점보다 다른 걸 먼저 본다. 메뉴가 너무 많지 않은지, 손님층이 너무 한쪽으로 쏠려 있지 않은지, 가게 앞에서 대기하는 사람이 길게 늘어섰는지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내부가 살짝 보이는 곳을 고른다. 테이블 간격이 너무 좁으면 아무리 맛있어도 오래 앉아 있기 어렵다. 반대로 손님이 너무 없는 곳은 또 망설여진다.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손님이 두세 테이블 정도 앉아 있고, 직원이 과하게 호객하지 않는 곳. 방이동에서는 그런 집이 나와 잘 맞았다.
방이동맛집이라는 키워드는 검색창 안에서는 꽤 시끄럽게 느껴진다. 그런데 실제 동네로 들어가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큰길에서 한 걸음 물러난 식당, 메뉴판이 조금 낡은 집, 혼자 온 손님이 자연스럽게 밥을 먹는 테이블. 나는 그런 장면이 있는 곳을 더 오래 기억한다. 다음에 방이동에 간다면 유명한 한 곳을 찍고 가기보다, 저녁이 시작되기 전 골목을 먼저 걸어볼 생각이다. 그 편이 내 여행에는 더 잘 맞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