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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여행, 올드타운 바깥 골목을 천천히 걸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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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여행, 올드타운 바깥 골목을 천천히 걸어봤더니

아침 8시, 관광지보다 먼저 골목이 깨어났다

얼마 전 치앙마이에 머물렀을 때, 이상하게 유명한 사원보다 숙소 앞 골목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해가 완전히 뜨기 전인데도 작은 식당에서는 국물 냄새가 올라왔고, 오토바이 소리는 많지 않았다. 지도 앱에서 별점 높은 곳을 찾기보다 그냥 사람들이 밥 먹는 방향으로 걸었다.

치앙마이여행을 떠올리면 보통 올드타운, 도이수텝, 님만해민을 먼저 말한다. 물론 그곳들도 좋다. 그런데 아침 7시 30분에서 9시 사이, 올드타운 동쪽 문 바깥으로 10분만 걸어 나가면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다. 카페 간판은 작아지고, 빨래가 걸린 집 앞을 지나고, 현지 사람들이 40바트짜리 국수 한 그릇을 조용히 먹는다.

그날 나는 타패 게이트 근처에서 출발해 작은 시장 쪽으로 걸었다. 관광객이 몰리는 시간보다 조금 이른 덕분에 길은 꽤 한산했다. 닭고기 국수 한 그릇은 45바트였고, 얼음이 든 타이티는 25바트였다. 대단한 맛집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을 보는 시간이 좋았다. 여행이 꼭 장면을 수집하는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드타운 안보다 바깥 한 블록이 더 조용했다

사실 올드타운 안쪽은 걷기 좋지만, 성벽 주변 큰길은 생각보다 차와 오토바이가 많다. 그래서 나는 안쪽 골목만 고집하기보다 성벽을 살짝 넘어가는 편을 좋아한다. 큰길을 하나 건너면 숙소와 세탁소, 작은 미용실이 섞인 동네가 나오는데, 그때부터 치앙마이가 조금 더 생활에 가까워진다.

특히 왓 부파람 주변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골목들은 낮에도 붐비는 느낌이 덜했다. 사원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은 몇 명 있었지만, 골목 안쪽 카페에는 노트북을 편 장기 여행자와 동네 주민이 반반 정도였다. 커피 한 잔은 대략 60~80바트. 님만해민의 세련된 카페보다 가격이 조금 낮고, 음악도 작게 틀어져 있었다.

  • 오전에는 시장과 식당이 자연스럽게 열려 걷기 좋다.
  • 낮 12시부터 3시까지는 햇빛이 강해 이동 거리를 줄이는 편이 낫다.
  • 골목 안 가게는 현금만 받는 곳이 아직 꽤 있다.
  • 구글 지도 평점보다 실제로 사람이 앉아 있는지를 보는 게 더 잘 맞았다.

근데 너무 조용한 골목이라고 해서 항상 걷기 편한 건 아니었다. 인도가 좁거나 아예 없는 길도 많고, 오토바이가 벽 가까이 지나갈 때도 있다. 그래서 이어폰은 한쪽만 끼거나 아예 빼고 걷는 게 마음이 편했다. 한적함을 좋아해도, 낯선 동네에서는 주변 소리를 듣는 일이 꽤 중요하다.

와로롯 시장 뒤편에서 본 생활의 속도

치앙마이여행 중 가장 로컬한 장면을 만난 곳은 와로롯 시장 자체보다 그 뒤편이었다. 시장 안은 활기차고 물건도 많지만, 솔직히 처음 들어가면 조금 정신없다. 건어물 냄새, 꽃 냄새, 튀김 냄새가 한꺼번에 올라오고 사람들도 빠르게 움직인다.

그런데 시장을 빠져나와 핑강 쪽으로 걷다 보면 속도가 갑자기 느려진다. 오래된 상점들이 줄지어 있고, 문 앞에 앉아 과일을 손질하는 사람들, 배달 상자를 묶는 사람들, 아무 말 없이 차를 마시는 어르신들이 보인다. 나는 그 근처에서 망고 반 봉지를 30바트에 샀다. 관광지 과일컵처럼 예쁘게 담기진 않았지만, 숙소까지 걸어가는 동안 반쯤 먹어버렸다.

핑강 근처는 해 질 무렵이 특히 괜찮았다. 강변 레스토랑은 유명한 곳이 많지만,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다리 근처 벤치에 잠깐 앉아 있으면 자전거를 탄 학생들, 장을 보고 돌아가는 사람들, 느린 배 한 척이 지나간다. 화려한 야경은 아니어도, 하루가 접히는 느낌이 선명했다.

사람 적은 시간을 고르는 작은 요령

치앙마이는 장소보다 시간이 더 중요할 때가 많았다. 같은 골목도 오전 10시와 오후 6시의 표정이 다르다. 관광객이 몰리는 사원이나 카페도 문 열자마자 가면 의외로 조용하고, 반대로 유명하지 않은 길도 저녁 식사 시간에는 오토바이와 배달 차량이 많아진다.

내 기준으로는 오전 7시부터 9시, 오후 4시 30분부터 해 지기 전까지가 가장 걷기 좋았다. 낮에는 그늘이 짧아서 15분만 걸어도 지친다. 그 시간에는 숙소 근처 카페나 마사지숍에 들어가 쉬는 편이 낫다. 1시간 발마사지는 보통 250~350바트 정도였고, 중심지에서 조금 벗어나면 더 조용한 가게를 찾기 쉬웠다.

님만해민도 큰길보다 뒷골목이 좋았다

님만해민은 치앙마이에서 가장 세련된 동네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처음엔 내 취향과 조금 멀다고 생각했다. 큰길에는 카페, 편집숍, 호텔이 많고 사진 찍는 사람도 꽤 보인다. 그런데 골목 안으로 두세 번 꺾어 들어가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특히 큰 카페보다 10석 안팎의 작은 가게들이 편했다. 어떤 곳은 테이블이 네 개뿐이었고, 에어컨 소리와 컵 내려놓는 소리만 들렸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70바트, 작은 케이크는 95바트였다. 한국의 유명 카페 거리처럼 붐비는 느낌은 덜했고, 오래 앉아 있어도 눈치가 보이지 않았다.

다만 님만해민은 주말 저녁보다 평일 오전이 훨씬 낫다. 금요일 밤부터는 술집과 식당 쪽으로 사람이 늘어난다. 조용한 치앙마이를 기대한다면, 님만은 아침 산책이나 늦은 오전 커피 정도로 잡는 게 잘 맞았다. 밤의 분위기를 보러 간다면 큰길보다 숙소까지 돌아오는 교통편을 먼저 생각하는 편이 좋다.

치앙마이는 천천히 걸을수록 덜 낯설어진다

내가 치앙마이에서 좋았던 순간들은 대부분 이름난 장소 앞이 아니었다. 식당 주인이 계산기를 두드리며 웃던 순간, 세탁소 앞에서 개어진 옷 냄새가 나던 골목, 비가 오기 직전 갑자기 바람이 불던 오후가 더 오래 남았다.

치앙마이여행을 계획한다면 일정표에 빈 시간을 조금 남겨두는 게 좋다. 사원 하나를 덜 보고, 시장에서 숙소까지 걸어오는 길을 천천히 고르는 식으로. 길을 잘못 들어도 대개 10분 뒤에는 큰길이 나오고, 그 사이에 작은 밥집이나 조용한 카페를 만날 때가 있다.

유명한 장소를 피해야 좋은 여행이 되는 건 아니다. 다만 치앙마이는 유명한 곳 사이사이에 진짜 매력이 숨어 있는 도시였다. 사람 적은 골목을 걷다 보면, 여행자가 잠깐 빌려 쓰는 도시가 아니라 누군가 매일 살아가는 동네라는 감각이 생긴다. 나는 그 감각 때문에 이 도시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치앙마이여행, 올드타운 바깥 골목을 천천히 걸어봤더니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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