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로 일부러 골목 끝까지 들어가 봤더니 보인 동네의 얼굴

작은 차를 빌린 날, 여행의 속도가 달라졌다
얼마 전 평일 아침에 렌터카를 빌려 바닷가 큰길이 아니라 내비게이션이 자꾸 피하라고 말하는 동네 안쪽 길로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유명한 전망대까지는 18분이면 갈 수 있었는데, 저는 일부러 40분짜리 길을 골랐어요. 신호도 적고, 편의점도 드문 길이었는데 이상하게 마음은 더 편했습니다.
렌터카 여행의 좋은 점은 목적지를 조금 느슨하게 잡을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버스 시간표에 맞춰 뛰지 않아도 되고, 택시비를 계산하며 망설이지 않아도 되니까요. 다만 차가 있다고 해서 멀리만 가면 금방 피곤해집니다. 저는 하루 이동 거리를 80km 안팎으로 잡는 편이에요. 왕복 160km를 넘기면 골목을 걷는 시간이 줄고, 사진도 풍경보다 주차장 위주로 남더라고요.
관광지보다 기억에 남는 길이 있다
그날 가장 오래 머문 곳은 지도에 이름도 크게 나오지 않는 작은 포구였습니다. 주차 공간은 대략 6대 정도였고, 그중 절반은 동네 분들 차 같았어요. 방파제 끝에는 낚시하는 분 한 명, 슈퍼 앞에는 플라스틱 의자 두 개가 놓여 있었습니다. 관광지라기보다는 누군가의 오후에 잠깐 들어간 느낌이었죠.
렌터카가 있으면 이런 곳을 지나치지 않고 멈출 수 있습니다. 버스 여행이었다면 정류장 위치부터 확인했을 텐데, 차가 있으니 20분만 걷고 다시 움직이는 선택이 가능했어요. 사실 이런 여행은 대단한 볼거리가 없습니다. 대신 빨래가 말라가는 골목, 오래된 미용실 간판, 점심 장사를 끝낸 식당의 조용한 의자 같은 것들이 오래 남습니다.
- 큰 도로에서 5~10분만 벗어난 마을길을 먼저 본다
- 주차장이 넓은 곳보다 차 3~6대 세울 수 있는 공간을 찾는다
- 오전 10시 전이나 오후 3시 이후에 움직이면 동네가 훨씬 조용하다
- 카페보다 동네 슈퍼, 작은 빵집, 시장 안 분식집을 우선한다
렌터카를 고를 때는 크기보다 마음이 편한지가 중요했다
로컬 여행에서는 큰 차보다 작은 차가 낫습니다. 특히 오래된 동네는 골목 폭이 3m 남짓인 곳도 많고, 양쪽에 화분이나 오토바이가 놓여 있으면 운전 난도가 확 올라갑니다. 저는 혼자나 둘이 움직일 때 경차나 소형차를 고릅니다. 짐이 많지 않다면 충분하고, 무엇보다 좁은 길에서 덜 긴장하게 됩니다.
비용도 꽤 차이가 납니다. 성수기를 제외하면 소형 렌터카는 하루 4만~7만 원대에 잡히는 경우가 많고, 주유비까지 더해도 대중교통과 택시를 섞는 일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단, 완전자차 여부는 꼭 확인하는 편입니다. 낯선 골목을 다니다 보면 작은 긁힘이 가장 신경 쓰이는데, 그 걱정이 크면 여행 내내 풍경보다 사이드미러만 보게 되거든요.
제가 렌터카 받을 때 보는 것들
- 차량 외부 흠집은 밝은 곳에서 영상으로 남긴다
- 타이어 상태와 계기판 경고등을 먼저 확인한다
- 반납 주유 기준이 만땅인지, 특정 칸수인지 확인한다
- 주차 보조 센서와 후방 카메라 작동 여부를 본다
- 블루투스 연결보다 휴대폰 거치대 위치를 먼저 맞춘다
사람 적은 장소를 찾는 저만의 방식
사람 적은 장소는 검색어부터 조금 달라야 합니다. ‘핫플’, ‘필수 코스’보다 ‘마을회관’, ‘선착장’, ‘구길’, ‘옛길’, ‘작은 시장’ 같은 단어가 더 잘 맞았습니다. 지도에서 평점 높은 곳만 찍으면 결국 비슷한 곳으로 가게 되더라고요. 반대로 후기 10개 안팎의 식당이나 이름이 소박한 전망 쉼터는 조용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는 목적지를 세 개만 찍습니다. 첫 번째는 밥 먹을 곳, 두 번째는 걸을 골목, 세 번째는 해 질 무렵 앉아 있을 곳. 나머지는 이동 중에 정합니다. 렌터카 여행에서 욕심을 내면 차 안 시간이 늘어납니다. 하루에 7곳을 찍는 것보다, 2곳을 오래 보는 쪽이 동네의 표정을 더 많이 보게 해줍니다.
예전에 강원도의 한 읍내를 돌 때도 그랬습니다. 유명 해변은 주차장부터 복잡했는데, 차로 12분 떨어진 작은 마을길에는 사람보다 고양이가 더 많았습니다. 낮은 담장 너머로 김치 담그는 냄새가 나고, 정류장 의자에는 누군가 두고 간 신문이 펼쳐져 있었어요. 여행이라는 말보다 잠깐 다른 동네의 평일을 빌린 느낌에 가까웠습니다.
렌터카 여행이 잘 맞는 사람, 조금 불편할 수 있는 사람
렌터카는 자유롭지만 완전히 가벼운 여행은 아닙니다. 운전자가 계속 긴장해야 하고, 술 한잔이 어려우며, 주차 문제도 따라옵니다. 특히 오래된 시장이나 항구 근처는 낮 12시부터 2시 사이에 주차가 꽤 까다롭습니다. 저는 이 시간엔 아예 차를 세워두고 걷거나, 외곽 공영주차장에 넣어둔 뒤 15분 정도 걸어 들어갑니다.
그래도 조용한 로컬 여행을 좋아한다면 렌터카는 꽤 좋은 도구입니다. 버스가 하루 5번만 다니는 마을, 택시가 잘 잡히지 않는 해안도로, 해가 지면 더 예뻐지는 논길 같은 곳은 차가 있을 때 훨씬 편하게 다가갈 수 있으니까요. 다만 차는 여행의 중심이 아니라 발이 되어야 합니다. 오래 운전해서 유명한 곳을 더 많이 찍는 방식보다, 덜 움직이고 더 오래 머무는 쪽이 렌터카의 장점을 잘 살립니다.
요즘은 여행지가 점점 비슷해지는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같은 카페, 같은 포토존, 같은 줄. 그래서 저는 렌터카를 빌리면 내비게이션의 빠른 길보다 조금 돌아가는 길을 자주 고릅니다. 목적지에 늦게 도착해도 괜찮은 날, 창밖으로 지나가는 동네의 생활이 여행의 가장 조용한 장면이 될 때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