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먼플레이스
제너럴리스트의 色다른 이야기

극한직업 화덕빵 찾아 골목 안 빵집에 다녀왔더니

Last Updated :
극한직업 화덕빵 찾아 골목 안 빵집에 다녀왔더니

얼마 전 비가 갠 평일 오후, 버스 창밖으로 젖은 골목을 보다가 문득 화덕에서 막 꺼낸 빵 냄새가 떠올랐다. TV에서 ‘극한직업 화덕빵’을 보고 난 뒤였다. 화면 속 사람들은 새벽부터 반죽을 만지고, 높은 열기 앞에서 빵을 굽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그 장면이 화려한 맛집 소개보다 오래 남았다. 그래서 유명한 거리보다 조금 비켜난 동네 빵집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내가 간 곳은 큰 간판으로 손님을 끌어모으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12분쯤, 아파트 단지와 오래된 상가가 이어지는 길 끝에 작은 빵집이 있었다. 평일 오후 3시쯤이라 그런지 가게 안에는 손님이 두 명뿐이었다. 관광지처럼 줄이 길지도 않았고, 사진을 찍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빵 냄새와 오븐 열기, 그리고 계산대 옆에서 조용히 접히는 종이봉투 소리가 먼저 느껴졌다.

방송보다 조용했던 첫인상

‘극한직업 화덕빵’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리면 대개 엄청난 양의 반죽, 빠르게 움직이는 손, 뜨거운 화덕 같은 장면이 먼저 생각난다. 실제 가게는 조금 달랐다. 물론 안쪽 작업 공간에서는 분주함이 느껴졌지만, 손님이 보는 공간은 차분했다. 빵은 한꺼번에 쌓여 있기보다 작은 수량으로 나와 있었고, 직원은 새로 구운 빵을 조심스럽게 진열대에 올렸다.

화덕빵은 일반 오븐 빵보다 겉면의 느낌이 조금 더 거칠다. 매끈하게 예쁜 빵이라기보다, 불을 견딘 자국이 남아 있는 빵에 가깝다. 겉은 단단하고 속은 부드러운 편인데, 손으로 눌렀을 때 바로 꺼지지 않는 탄력이 있었다. 솔직히 처음엔 가격이 조금 높게 느껴졌다. 작은 빵 하나가 4천 원대, 속 재료가 들어간 빵은 5천 원을 넘었다. 그런데 굽는 방식과 나오는 양을 보고 나니 납득되는 부분이 있었다.

가는 길에서 느껴지는 동네의 속도

이런 빵집은 일부러 시간을 넉넉히 두고 가는 편이 좋다. 역 앞에서 바로 보이는 곳이 아니라서, 걷는 동안 동네의 표정이 먼저 들어온다. 오래된 세탁소, 점심 장사를 끝낸 국숫집, 낮잠 자는 고양이가 있는 계단, 이런 것들이 빵보다 먼저 여행의 기분을 만들어준다. 나는 큰길 대신 주택가 안쪽 길로 돌아갔는데, 10분 남짓한 거리였지만 꽤 멀리 온 것처럼 느껴졌다.

근데 길이 복잡한 편은 아니었다. 역에서 나와 큰 도로를 따라 5분 정도 걷고, 작은 마트가 보이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된다. 주차 공간은 넉넉하지 않아 보였고, 차로 가면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 주변이 생활권이라 점심시간과 퇴근 전후에는 잠깐 붐빌 듯했다. 사람이 적은 시간을 원한다면 평일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가 가장 편안해 보였다.

화덕빵의 맛은 생각보다 소박했다

나는 기본 화덕빵 하나와 치즈가 들어간 빵 하나를 골랐다. 기본 빵은 첫입에서 강한 단맛이 오지 않았다. 대신 겉껍질을 씹을 때 고소한 향이 천천히 올라왔다. 속은 촉촉했지만 케이크처럼 부드럽지는 않았다. 씹을수록 밀가루 향이 남는 빵이었다. 자극적인 빵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심심할 수 있다. 그런데 커피 한 잔과 천천히 먹기에는 이쪽이 더 오래 간다.

치즈 빵은 조금 더 대중적인 맛이었다. 화덕의 열을 받아 겉면이 바삭하고, 안쪽 치즈는 부드럽게 녹아 있었다. 다만 속 재료가 과하게 들어가 있지는 않았다. 요즘 유행하는 빵처럼 반을 가르면 재료가 흘러나오는 방식은 아니다. 그래서 사진으로는 덜 화려하지만, 먹고 난 뒤 속이 무겁지 않았다. 사실 그 점이 좋았다. 여행 중에는 맛있는 걸 먹고도 다음 길을 계속 걸어야 하니까.

사람 적은 시간에 가면 보이는 것들

가게 안에는 앉을 자리가 많지 않았다. 창가 쪽 작은 자리 두 개, 벽 쪽 긴 의자 하나 정도였다. 오래 머무르는 카페라기보다 빵을 고르고 잠깐 쉬어가는 곳에 가깝다. 나는 창가에 앉아 20분 정도 머물렀다. 그 사이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사람이 우유식빵을 사 갔고, 근처 사무실 직원 두 명이 빵을 포장했다. 다들 조용히 고르고 금방 나갔다.

이런 장면이 좋았다. 방송에 나온 음식이라는 말보다, 동네 사람들이 일상처럼 사 가는 빵이라는 사실이 더 믿음직했다. 관광지 맛집은 기대가 커서 실망도 빠른데, 동네 빵집은 기대보다 분위기가 먼저 온다. 직원이 빵 나오는 시간을 작게 알려주고, 단골이 늘 사던 빵을 찾는 장면이 가게의 진짜 온도처럼 느껴졌다.

  • 방문 시간은 평일 오후가 가장 여유로웠다.
  • 대중교통과 도보 이동이 차보다 편했다.
  • 빵은 화려한 단맛보다 담백한 식감에 가깝다.
  • 오래 앉는 카페보다 잠깐 머무는 동네 빵집 분위기다.

다시 간다면 이렇게 들를 것 같다

다음에 간다면 빵만 사러 가지 않고, 근처 골목을 한 바퀴 더 걸을 것 같다. 화덕빵은 뜨거울 때 바로 먹는 맛도 있지만, 종이봉투에 담긴 빵을 들고 느린 골목을 걷는 시간이 꽤 괜찮았다. 유명한 장소를 찍고 돌아오는 여행과는 다른 느낌이다. 목적지는 작고, 길은 길게 남는다.

‘극한직업 화덕빵’이라는 말 때문에 처음엔 특별한 장면을 기대했다. 그런데 막상 남은 건 뜨거운 화덕보다 조용한 오후의 공기였다. 손님이 많지 않은 시간, 빵 냄새가 천천히 퍼지는 작은 가게, 그리고 동네 사람들이 익숙하게 드나드는 모습. 그런 곳은 크게 떠들 필요가 없다. 그냥 조금 천천히 걸어가서, 빵 하나를 고르고, 남은 온기를 손에 들고 나오면 된다.

극한직업 화덕빵 찾아 골목 안 빵집에 다녀왔더니 - 요약
극한직업 화덕빵 찾아 골목 안 빵집에 다녀왔더니 | 커먼플레이스 : https://commonplace.kr/9447
제너럴리스트의 色다른 이야기
커먼플레이스 © commonplace.kr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