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렌터카로 유명한 길을 살짝 비껴가 봤더니 보인 것들

얼마 전 제주에 갔을 때, 이번에는 바다 앞 큰 카페나 유명 포토존을 거의 넣지 않았다. 제주도렌터카를 빌리긴 했지만, 목적지는 관광지가 아니라 동네 사이사이의 빈 시간에 가까웠다. 공항에서 차를 받고 가장 먼저 한 일도 내비게이션에 유명한 해변을 찍는 게 아니라, 외도동 골목 쪽으로 천천히 빠지는 일이었다.
사실 제주에서 차는 편하다. 그런데 그 편함 때문에 자꾸 더 많이 보려고 하게 된다. 하루에 동쪽 끝과 서쪽 끝을 다 찍고 돌아오면, 사진은 남는데 이상하게 기억은 납작해진다. 이번 여행에서는 이동 거리를 줄이고, 한 동네에 오래 머무르는 쪽을 택했다.
렌터카를 빌렸지만 빨리 달리지 않았다
제주공항 근처에서 차를 받으면 대부분 바로 애월이나 협재, 성산 쪽으로 빠진다. 나도 예전에는 그랬다. 그런데 공항에서 15분만 옆으로 새도 관광지의 속도가 조금 느려진다. 외도, 이호 안쪽 골목, 도두의 낮은 주택가를 지나면 바다는 가까운데 사람은 확 줄어든다.
제주도렌터카를 고를 때 이번에는 큰 차보다 작은 차를 골랐다. 골목이 좁고 주차 공간이 애매한 동네가 많아서다. 특히 오래된 마을 안쪽은 길 폭이 3m 남짓한 곳도 있고, 돌담 옆으로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가는 구간도 있다. 큰 SUV가 편한 날도 있지만, 동네 여행에는 경차나 소형차가 마음을 덜 조급하게 만든다.
- 공항 도착 후 바로 장거리 이동하지 않기
- 하루 이동 거리는 60km 안팎으로 줄이기
- 해안도로보다 마을 안쪽 우회로를 섞기
- 주차는 카페 앞보다 공영주차장 먼저 찾기
사람 적은 제주를 보려면 시간대를 조금 비켜야 했다
같은 장소도 시간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애월 해안도로는 오후 2시쯤 가면 차와 사람이 많지만, 오전 8시 전후에는 산책하는 동네 주민이 더 눈에 띈다. 금능도 한낮에는 유명한 바다지만, 해가 조금 낮아진 뒤 마을 안쪽 길로 들어가면 조용한 밭담과 작은 가게들이 보인다.
나는 이번에 하귀리에서 잠깐 차를 세우고 걸었다. 특별한 명소가 있는 곳은 아니었다. 낮은 집, 감귤 창고, 바람에 흔들리는 빨래, 멀리 보이는 바다 정도. 그런데 그런 풍경이 제주를 오래 기억하게 만든다. 유명한 곳은 이미 누군가의 사진으로 본 것 같지만, 이런 골목은 내 발걸음으로 처음 만나는 느낌이 있다.
내가 괜찮았던 시간표
- 오전 7시 30분: 숙소 주변 동네 산책
- 오전 9시: 가까운 마을 카페나 빵집 방문
- 오전 11시: 다음 동네로 짧게 이동
- 오후 2시: 사람이 몰리는 해변 대신 숲길이나 중산간 도로
- 오후 5시 이후: 바닷가보다 마을 안쪽 식당
이렇게 움직이면 하루에 유명 장소를 많이 찍지는 못한다. 대신 주차장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줄고, 밥집 앞 대기 줄에 마음을 빼앗기는 일도 덜하다. 솔직히 여행 만족도는 방문한 장소 수보다 멈춰 있던 시간의 밀도에 더 가까웠다.
제주도렌터카는 보험보다 동선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렌터카를 예약할 때 보험 조건은 꼭 봐야 한다. 완전자차라고 적혀 있어도 면책 범위나 단독 사고 처리 조건이 업체마다 다를 수 있다. 다만 실제로 다녀보면 보험만큼 중요한 게 동선이다. 무리한 동선은 운전을 거칠게 만들고, 좁은 길에서 괜히 급해지게 한다.
제주 동네 여행에서는 왕복 시간을 줄이는 게 가장 큰 안전장치처럼 느껴졌다. 예를 들어 숙소가 조천이라면 하루는 선흘, 와흘, 함덕 안쪽 정도로 묶는 식이다. 서쪽 숙소라면 한림, 귀덕, 금능, 월령을 천천히 잇는 편이 낫다. 동쪽과 서쪽을 하루에 모두 넣으면 도로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결국 동네의 작은 장면을 놓치게 된다.
- 동쪽 숙소: 조천, 선흘, 세화, 종달을 느슨하게 묶기
- 서쪽 숙소: 한림, 귀덕, 금능, 월령 중심으로 돌기
- 남쪽 숙소: 남원, 위미, 효돈처럼 생활권 단위로 보기
- 공항 근처 숙소: 도두, 외도, 이호 안쪽 골목부터 시작하기
골목 여행에서 차를 세우는 기준
한적한 로컬 장소를 좋아한다고 해서 아무 데나 차를 세워도 되는 건 아니다. 제주 마을은 관광지이기 전에 누군가의 생활 공간이다. 나는 골목 안쪽에 들어갔을 때 주차선이 없으면 오래 머물지 않았다. 차가 한 대만 서 있어도 농기계나 주민 차량이 지나가기 어려운 길이 꽤 많다.
가장 편했던 방식은 공영주차장이나 마을 입구 넓은 곳에 차를 두고 20분 정도 걷는 것이었다. 렌터카는 이동을 위한 도구로 두고, 진짜 여행은 차에서 내린 뒤 시작되는 쪽이 좋았다. 돌담 사이 바람 소리, 작은 슈퍼 앞 의자, 밭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의 걸음 같은 건 운전석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조용한 장소에서 지키고 싶은 것들
- 집 대문 앞, 밭 입구, 창고 앞에는 주차하지 않기
- 사진을 찍을 때 사람 얼굴과 집 내부가 나오지 않게 하기
- 작은 식당은 영업시간을 확인하고 너무 늦게 가지 않기
- 쓰레기는 차 안에 두었다가 숙소에서 버리기
근데 이런 기본적인 태도만 지켜도 여행의 표정이 꽤 달라진다. 동네를 조심스럽게 지나가면, 그곳도 나를 조금은 편하게 받아주는 느낌이 든다. 그게 유명한 전망대보다 오래 남을 때가 있다.
내가 다시 제주에서 차를 빌린다면
다음에 제주도렌터카를 다시 예약한다면, 나는 여전히 작은 차를 고를 것 같다. 그리고 숙소에서 반경 30km 안쪽을 더 오래 볼 생각이다. 제주가 넓다는 걸 알수록, 하루에 다 보려는 마음은 조금 내려놓게 된다.
렌터카는 제주를 넓게 쓰게 해주지만, 좋은 여행은 이상하게 좁은 곳에서 생긴다. 이름난 해변 옆의 뒷골목, 관광객이 지나치기 쉬운 마을길, 문 닫기 전 동네 빵집의 마지막 빵 같은 것들. 그런 장면을 만나려면 차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자주 내려야 한다. 이번 제주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도 도착지가 아니라, 길가에 차를 세우고 아무 계획 없이 걸었던 30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