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꾸옥여행, 유명 해변 대신 동네 길을 따라 걸어봤더니

얼마 전 푸꾸옥에 다녀왔는데, 이상하게도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장면은 예쁜 리조트 수영장도, 북적이는 야시장도 아니었다. 아침 7시쯤 숙소 앞 골목에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진한 커피를 마시던 사람들, 오토바이 뒤에 빵 봉지를 한가득 묶고 지나가던 아주머니, 그리고 바닷가보다 더 조용했던 작은 동네길이 먼저 떠올랐다.
푸꾸옥여행이라고 하면 보통 사오비치, 선셋타운, 그랜드월드 같은 이름이 먼저 나온다. 물론 한 번쯤 가볼 만하다. 그런데 사람 적은 곳을 좋아한다면, 푸꾸옥은 유명한 포인트 사이사이에 남아 있는 평범한 길이 훨씬 다정하게 느껴지는 섬이다.
아침의 즈엉동, 관광지보다 먼저 깨어나는 동네
푸꾸옥에서 가장 현실적인 얼굴을 보고 싶다면 아침의 즈엉동 쪽을 걸어보는 게 좋았다. 낮에는 차도 많고 조금 복잡한데, 이른 시간에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시장 근처로 가면 생선 냄새와 허브 향이 섞이고, 작은 식당들은 이미 국수 한 그릇을 내기 시작한다.
나는 오전 6시 40분쯤 숙소에서 나와 30분 정도 걸었다. 관광객보다 현지 주민이 훨씬 많았고, 사진을 찍기보다는 그냥 길가에 서서 구경하게 되는 순간이 많았다. 반쎄오를 부치는 소리, 얼음이 담긴 커피잔을 탁탁 내려놓는 소리, 젖은 바닥을 쓸어내는 소리가 겹쳐졌다.
이 동네는 예쁘게 꾸민 여행지가 아니다. 간판도 제각각이고 보도블록도 고르지 않다. 근데 그게 오히려 좋았다. 여행자가 잠깐 빌려 보는 일상 같은 느낌이 있었다.
롱비치의 조용한 틈을 찾는 방법
롱비치는 푸꾸옥에서 가장 유명한 해변 중 하나라서 한적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구역을 조금만 잘 고르면 의외로 조용한 시간을 만날 수 있다. 나는 해 질 녘보다 오전 8시 전후가 더 좋았다. 그 시간에는 선베드가 빽빽한 구간을 벗어나면 바다 앞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중심 리조트 앞을 피해 작은 골목으로 바다 쪽에 접근하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모래 위에 조개껍데기가 많고, 현지 사람들이 그물을 손보거나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유명한 선셋을 보러 몰리는 시간과는 완전히 다른 얼굴이다.
- 해변은 오전 이른 시간에 걷는 편이 훨씬 조용했다.
- 큰 리조트 입구보다 작은 골목 끝 바다길이 덜 붐볐다.
- 노을 시간에는 사람이 많아져서 혼자 앉아 있기에는 조금 산만했다.
솔직히 푸꾸옥 바다는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다. 어떤 날은 물빛이 기대보다 탁하고, 파도에 해초가 밀려오기도 한다. 그래서 사진 속 색감만 기대하고 가면 아쉬울 수 있다. 대신 아침의 습한 공기와 느린 파도 소리를 좋아한다면, 롱비치의 덜 알려진 구간은 충분히 머물 만했다.
함닌 마을에서 본 오래된 바다의 속도
함닌은 동쪽에 있는 작은 어촌 마을이다. 요즘은 해산물 식당 때문에 찾는 사람이 늘었지만, 중심 식당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아직 조용한 장면이 남아 있다. 낡은 배, 낮은 집, 바다 쪽으로 길게 뻗은 나무 데크 같은 것들이다.
내가 갔던 날은 흐렸고, 그래서 오히려 좋았다. 햇빛이 강하지 않으니 사람들도 서두르지 않았다. 바닷물은 엄청 투명하다기보다 얕고 잔잔했고, 멀리 작은 배들이 낮게 떠 있었다. 화려한 휴양지라기보다는 오래전부터 바다 옆에 살던 마을에 가까웠다.
함닌에서는 유명 식당 한 곳만 찍고 돌아오기보다, 식사 전후로 20분쯤 걸어보는 걸 권하고 싶다. 다만 골목 안쪽은 주민들이 실제로 생활하는 공간이라 카메라를 들이대기보다는 천천히 지나가는 편이 편했다. 여행자가 조용히 머무를수록 동네의 표정도 덜 닫히는 느낌이 있다.
사오비치보다 좋았던 작은 길과 늦은 점심
사오비치는 분명 예쁘다. 모래가 곱고 물빛도 밝다. 하지만 내가 갔을 때는 투어 차량이 계속 들어왔고, 음악 소리가 꽤 컸다. 기대가 컸던 만큼 조금 피곤했다. 그래서 오래 머물기보다 근처 길을 따라 작은 식당을 찾았다.
메뉴판이 영어로 완벽하게 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쌀국수와 볶음밥 정도는 손짓으로도 주문이 가능했다. 가격은 관광지 중심 식당보다 편했고, 무엇보다 손님이 거의 없었다. 선풍기 바람이 느리게 돌고, 주인 가족이 뒤쪽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그런 장면이 사오비치의 하얀 모래보다 더 오래 남았다.
푸꾸옥여행에서 유명 장소를 아예 빼기는 어렵다. 이동 동선상 들르게 된다. 다만 그곳을 목적지의 전부로 삼지 않으면 훨씬 편해진다. 인기 해변을 보고, 사람이 많으면 옆길로 빠지고, 늦은 점심을 천천히 먹는 식이다. 그 정도 여백이 있어야 섬이 조금씩 보인다.
푸꾸옥을 조용히 여행하고 싶다면
푸꾸옥은 생각보다 큰 섬이다. 북쪽과 남쪽을 하루에 모두 돌면 이동 시간이 길어지고, 결국 유명한 곳만 찍게 된다. 나는 하루에 한 방향만 정하는 방식이 잘 맞았다. 오전에는 동네를 걷고, 낮에는 쉬고, 해가 낮아질 때 가까운 바다로 나가는 식이다.
- 숙소는 즈엉동 근처에 잡으면 로컬 식당과 시장 접근이 편했다.
- 오토바이를 타지 않는다면 그랩이나 택시 이동 시간을 넉넉히 잡는 게 좋다.
- 야시장 주변은 활기 있지만 조용한 여행 취향이라면 짧게 둘러보는 정도가 맞았다.
- 해변보다 골목, 카페보다 길가 커피, 유명 식당보다 동네 밥집에서 푸꾸옥의 일상이 더 잘 보였다.
개인적으로 푸꾸옥은 한 번에 강렬하게 반하는 여행지는 아니었다. 대신 하루 이틀 지나면서 조금씩 익숙해지는 섬에 가까웠다. 바다만 보고 가면 아쉬울 수 있지만, 아침 시장과 어촌 마을, 이름 없는 골목까지 같이 걸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는 그런 느린 쪽의 푸꾸옥이 더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