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신혼여행을 와이키키 밖으로 걸어봤더니 보였던 조용한 장면들

와이키키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공기가 달라졌다
얼마 전 하와이신혼여행을 다녀오면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건, 유명한 해변보다 숙소 뒤편 골목에서 맡았던 빵 굽는 냄새였다. 와이키키 해변은 분명 예쁘다. 그런데 솔직히 낮 11시만 넘어도 사람과 차와 음악 소리가 한꺼번에 밀려와서, 신혼여행이라는 말이 주는 느긋함과는 조금 멀어지는 순간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하루에 한 번씩 일부러 큰길을 피했다. 칼라카우아 애비뉴를 따라 걷다가도 두 블록 안쪽으로 들어가고, 버스가 다니는 길보다 동네 주민들이 장을 보고 돌아가는 길을 골랐다. 그렇게 걸으면 같은 하와이인데도 속도가 확 느려진다. 관광객용 셔츠를 파는 가게 대신 작은 세탁소와 오래된 아파트, 아침마다 같은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보였다.
하와이신혼여행을 계획할 때 보통 리조트, 렌터카, 스노클링 예약부터 챙기게 된다. 우리도 그랬다. 하지만 막상 다녀와 보니, 하루 일정 중 1시간 정도는 아무 목적 없이 걷는 시간이 있어야 여행이 훨씬 덜 피곤했다. 특히 신혼여행은 둘이 계속 같이 움직이는 여행이라, 조용한 길에서 천천히 말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중요했다.
카이무키와 카팔라마, 생활감 있는 동네가 좋았다
사람 적은 로컬 장소를 찾고 싶다면 와이키키 주변만 보지 않는 게 좋다. 우리가 가장 편하게 걸었던 곳은 카이무키 쪽이었다. 와이키키에서 차로 15분 안팎이면 닿는 동네인데, 높은 호텔 대신 낮은 건물과 오래된 간판이 많다. 점심시간이 지나면 거리도 꽤 조용해지고, 카페마다 노트북을 펴고 앉은 현지 사람들이 많았다.
카이무키에서는 유명 맛집을 찍고 이동하기보다, 한 블록 정도 더 걸어보는 쪽이 좋았다. 작은 서점 앞을 지나고, 동네 베이커리에서 말라사다 대신 투박한 스콘을 하나 샀다. 가격은 관광지 중심가보다 조금 편했고, 직원도 바쁘게 밀어내는 느낌이 없었다. 이런 곳에서는 사진을 많이 찍기보다 오래 앉아 있는 쪽이 더 잘 어울린다.
카팔라마 쪽은 분위기가 또 달랐다. 아주 예쁜 여행지라기보다 생활의 결이 남아 있는 곳에 가깝다. 창고형 건물, 로컬 마켓, 오래된 식당들이 이어져 있고 길이 반듯하지 않아 처음엔 조금 낯설었다. 근데 이런 동네일수록 여행자가 조용히 지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일상 한가운데를 걷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 와이키키에서 2~3시간만 비워도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
- 점심 직후부터 오후 4시 전까지가 비교적 한산했다.
- 렌터카가 있으면 편하지만, 버스와 도보를 섞어도 무리 없었다.
- 주택가 안쪽에서는 사진보다 걷는 데 집중하는 편이 좋았다.
사람 없는 해변은 이름보다 시간대가 더 중요했다
하와이신혼여행에서 해변을 빼기는 어렵다. 다만 조용한 바다를 원한다면 장소보다 시간대를 먼저 봐야 했다. 같은 알라모아나 비치도 오후에는 피크닉과 운동하는 사람들로 꽤 붐비지만, 아침 7시쯤 가면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모래 위에는 발자국이 드문드문 있고, 바다는 아직 밝아지는 중이라 색이 부드럽다.
우리는 하루는 일찍 일어나 알라모아나 비치파크를 걸었다. 와이키키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그게 좋았다. 산책하는 사람들, 수영을 마치고 수건을 어깨에 건 사람들, 벤치에서 조용히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다를 보러 왔는데 오히려 사람들이 각자 자기 리듬대로 하루를 시작하는 장면이 더 오래 남았다.
라니카이 비치도 많이 알려졌지만, 주말 낮을 피하면 훨씬 편하다. 우리는 평일 이른 오전에 갔고, 주차 때문에 오래 헤매지 않으려고 해 뜬 뒤 바로 움직였다. 바다는 말할 것도 없이 맑았지만, 그보다 좋았던 건 동네 골목을 걸어 해변으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낮은 담장 너머로 부겐빌레아가 늘어져 있고, 젖은 수영복을 널어둔 집들이 있었다. 여행지라기보다 누군가 매일 사는 바닷가 마을 같았다.
둘이 조용히 걷기 좋았던 시간
하와이는 햇빛이 강해서 낮 12시부터 3시 사이에는 걷는 여행이 생각보다 지친다. 우리는 그 시간엔 무리하지 않고 숙소로 돌아오거나 카페에 앉았다. 대신 아침 7시부터 10시, 그리고 해가 낮아지는 오후 4시 이후를 주로 걸었다. 같은 길도 그 시간대에는 훨씬 여유롭게 느껴졌다.
신혼여행이라고 매 순간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편의점에서 물을 사고, 버스 정류장에서 다음 차를 기다리고, 서로 발 아픈지 묻는 시간이 나중엔 더 선명했다. 사진으로 남기기 애매한 순간들이 여행의 온도를 만들어줬다.
로컬 여행처럼 움직이려면 일정을 덜 채우는 게 맞았다
하와이신혼여행을 준비할 때 하루에 섬 투어, 맛집, 쇼핑, 선셋까지 넣으면 꽤 근사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이동 시간과 주차, 더위 때문에 체력이 빨리 줄어든다. 우리는 둘째 날부터 하루 일정에서 큰 목적지를 2개 이하로 줄였다. 그러자 오히려 작은 장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카페 하나를 가더라도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하지 않았다. 주변 골목을 20분쯤 걷고, 마음에 드는 벤치가 있으면 앉았다. 구글 지도 평점이 높은 곳만 따라가면 실패는 줄지만, 기억에 남는 우연도 같이 줄어든다. 하와이에서는 그 우연을 조금 남겨두는 편이 좋았다.
식사는 관광객이 몰리는 시간보다 30분만 앞당겨도 훨씬 편했다. 오전 11시쯤 점심을 먹거나, 오후 5시 전에 저녁을 먹으면 웨이팅이 줄었다. 유명한 포케 가게도 좋지만, 동네 마켓에서 사서 공원 그늘 아래 앉아 먹는 포케가 더 신혼여행답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비싼 테이블보다 서로 마주 보고 천천히 먹는 시간이 더 컸다.
조용한 하와이를 원할 때 챙긴 것들
- 걷기 편한 샌들보다 오래 걸어도 발이 덜 피곤한 운동화
- 아침 산책용 얇은 겉옷과 작은 물병
- 현금 약간, 로컬 마켓이나 작은 가게에서 유용했다
- 하루 한 번은 예약 없는 빈 시간
사실 하와이신혼여행은 누구에게나 어느 정도 비슷한 장면을 준다. 파란 바다, 야자수, 선셋, 리조트 수영장. 그런데 그 사이에 어떤 골목을 걷고, 어느 동네 벤치에 앉고, 사람이 빠진 시간의 바다를 보느냐에 따라 여행의 표정은 꽤 달라진다. 나는 다음에 다시 간다면 더 유명한 곳을 추가하기보다, 지도에서 이름이 크게 보이지 않는 동네를 하나 더 걸어볼 것 같다. 둘이 아무 말 없이 걸어도 어색하지 않았던 그 시간이 하와이에서 가장 조용하고 다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