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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여행에서 유명한 곳을 조금 비껴 걸어봤더니 보인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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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여행에서 유명한 곳을 조금 비껴 걸어봤더니 보인 장면들

호찌민의 아침은 큰길보다 골목에서 먼저 열렸다

얼마 전 베트남여행을 다녀왔는데, 이상하게 유명한 관광지보다 숙소 근처 골목에서 보낸 시간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호찌민 1군에 머물렀지만, 벤탄시장이나 부이비엔 거리보다 이른 아침의 작은 골목이 훨씬 좋았다. 오전 6시 30분쯤 밖으로 나가니 오토바이 소리는 이미 도로를 채우고 있었고, 골목 안쪽에서는 플라스틱 의자 몇 개를 놓고 쌀국수를 파는 집이 문을 열고 있었다.

사실 베트남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호찌민이 너무 시끄럽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큰길에서 한 블록만 들어가도 분위기가 달라졌다. 관광객을 향해 말을 거는 사람보다 출근 전에 커피를 마시는 사람,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사람, 국물 냄비 앞에서 조용히 손님을 기다리는 사람이 더 많았다. 메뉴판이 영어로 잘 되어 있지 않은 곳도 많았지만, 손짓과 표정만으로도 주문은 어찌어찌 됐다.

그날 먹은 쌀국수는 5만 동 정도였다. 한국 돈으로 3천 원이 조금 안 되는 가격인데, 맛보다 더 오래 남은 건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시간이었다. 옆자리 아저씨는 신문을 넘기고, 가게 주인은 국물 위에 허브를 툭 얹어줬다. 여행지라기보다 누군가의 평일 아침에 잠깐 끼어든 느낌이었다.

다낭에서는 바다보다 주택가 산책이 더 조용했다

다낭에 가면 대부분 미케비치를 먼저 떠올린다. 나도 물론 바다를 걸었다. 다만 오후의 해변은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고, 카페 음악도 꽤 크게 들렸다. 그래서 다음 날은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주택가 쪽으로 걸었다. 한강 다리 근처 큰길을 벗어나 작은 식당과 세탁소, 과일가게가 이어지는 동네였다.

이런 장소는 지도에 별표를 찍고 찾아가는 여행과는 조금 다르다. 목적지가 뚜렷하지 않아서 처음엔 약간 허전하다. 근데 걷다 보면 그 허전함이 오히려 편해진다. 길가에는 용과와 망고를 쌓아둔 노점이 있었고, 오래된 간판 아래에서는 현지 사람들이 점심을 먹고 있었다. 관광객용 식당처럼 깔끔하게 정돈된 분위기는 아니지만, 그만큼 가격도 낮고 표정도 덜 바쁘다.

  • 미케비치 주변보다 한강 안쪽 주택가는 낮 시간대가 비교적 한적했다.
  • 오전 10시 전후에는 문을 여는 카페가 많아 쉬어가기 좋았다.
  • 택시로 이동하기보다 20~30분 정도 걸으면 동네의 결이 보였다.

솔직히 다낭에서 가장 예쁜 사진은 바다에서 찍었다. 하지만 가장 편했던 시간은 동네 카페에 앉아 얼음 가득한 연유커피를 마시던 때였다. 카페 안에는 손님이 세 명뿐이었고, 창밖으로는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점심을 먹으러 들어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여행 중에 굳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그때 다시 느꼈다.

호이안은 밤보다 이른 오후 골목이 좋았다

호이안 올드타운은 밤에 등불이 켜질 때 가장 유명하다. 그런데 그 시간에는 사람이 정말 많다.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 배를 타려는 사람, 기념품을 사려는 사람까지 한꺼번에 몰린다. 나도 첫날 밤에 걸어봤지만 오래 머물고 싶지는 않았다. 대신 다음 날 오후 2시쯤 다시 갔다.

뜨거운 시간이라 그런지 골목은 훨씬 조용했다. 노란 벽은 햇빛을 받아 조금 바랜 색으로 보였고, 가게 안쪽에서는 선풍기가 천천히 돌고 있었다. 관광객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밤처럼 밀려다니는 느낌은 아니었다. 작은 골목 끝에 있던 찻집에 들어가니 손님은 한 팀뿐이었다. 차 한 잔을 시켜놓고 40분쯤 앉아 있었는데, 그 시간이 호이안을 가장 또렷하게 기억하게 만들었다.

호이안에서는 유명한 포토존을 따라 움직이면 금방 지친다. 대신 강변에서 한두 골목 뒤로 물러나 보면 낡은 창문, 오래된 나무문, 빨래가 걸린 2층 난간 같은 장면이 보인다. 이런 장면은 대단한 볼거리는 아니지만, 여행 후 사진을 다시 볼 때 이상하게 오래 눈이 머문다.

베트남여행에서 로컬 장소를 찾을 때 내가 지킨 기준

사람 적은 장소를 찾겠다고 무작정 외진 곳으로 가는 건 권하고 싶지 않다. 베트남은 오토바이 이동이 많고, 골목마다 밝기와 분위기가 꽤 다르다. 나는 몇 가지 기준을 정해두고 움직였다. 아주 특별한 방법은 아니지만, 실제로 여행 중 꽤 도움이 됐다.

  • 해가 떠 있는 시간에 처음 가본 골목을 걸었다.
  • 숙소에서 도보 30분 안쪽 동네를 먼저 살폈다.
  • 현지 손님이 2~3팀 이상 있는 식당을 골랐다.
  • 구글 지도 평점보다 최근 사진과 영업시간을 더 확인했다.
  • 밤에는 큰길과 가까운 카페, 식당 위주로 머물렀다.

특히 식당은 평점 4.8점짜리보다 손님이 꾸준히 드나드는 작은 집이 더 만족스러울 때가 많았다. 가격도 대체로 부담이 적었다. 반미는 2만~3만 동, 로컬 커피는 2만5천~4만 동 정도면 충분했고, 쌀국수나 분짜도 관광지 중심가보다 골목 식당이 20~30%쯤 저렴한 경우가 있었다. 물론 위생 상태는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한다. 테이블 회전이 빠르고 재료가 계속 나가는 집이 비교적 마음이 놓였다.

유명한 풍경을 조금 비껴가면 여행이 덜 피곤해진다

베트남여행은 볼거리가 많은 만큼 일정이 쉽게 빡빡해진다. 호찌민에서는 시장과 박물관, 다낭에서는 바다와 바나힐, 호이안에서는 올드타운과 야시장까지 챙기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그런데 내게는 그 사이사이에 비워둔 시간이 더 중요했다. 오전에 숙소 주변을 걷고, 낮에는 사람이 적은 카페에 앉고, 저녁에는 무리해서 멀리 가지 않는 식의 느슨한 일정 말이다.

유명한 장소를 가지 말자는 뜻은 아니다. 처음 가는 도시라면 대표적인 곳도 분명 필요하다. 다만 그곳만 보고 돌아오면 베트남이 조금 평면적으로 남는다. 큰길의 빠른 속도와 골목의 느린 리듬을 같이 겪어야 도시가 입체적으로 보인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그 차이를 꽤 선명하게 느꼈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더 유명한 곳을 하나 추가하기보다, 숙소를 정한 동네에서 아침을 두 번쯤 먹어보고 싶다. 같은 골목을 다른 시간에 걸어보고, 어제는 닫혀 있던 가게가 오늘은 열려 있는지 보는 식으로. 베트남은 그렇게 조금 천천히 볼수록 표정이 많아지는 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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