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 옆 동네를 걸어봤더니, 항공보다 골목이 먼저 보였다

얼마 전 김포공항에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탑승구 앞 의자에 앉아 있기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비행기 타러 가는 날이면 보통 공항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기 쉬운데, 그날은 괜히 밖으로 나가보고 싶었다. 항공이라는 단어가 늘 출발과 도착만 떠올리게 하지만, 사실 공항 주변에도 오래된 동네의 속도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내가 걸은 곳은 김포공항역에서 방화동 쪽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공항 청사에서 10분만 벗어나도 캐리어 끄는 소리는 줄고, 작은 식당의 점심 준비 소리와 주택가 골목의 생활감이 먼저 들린다. 유명한 전망대나 포토존을 기대하고 가면 심심할 수 있지만, 나는 오히려 그 심심함이 좋았다.
공항 바로 옆인데 생각보다 조용한 길
김포공항역은 5호선, 9호선, 공항철도, 김포골드라인까지 모이는 꽤 바쁜 역이다. 그런데 1번이나 2번 출구 쪽에서 조금만 방향을 틀면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공항 안의 안내 방송과 면세점 조명에서 빠져나와, 낮은 건물과 오래된 간판이 있는 길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내가 걸은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 반쯤이었다. 출근 시간은 지나고 점심은 아직 이른 때라 골목은 꽤 한산했다. 30분 정도 걸었는데 마주친 여행객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대부분은 동네 주민처럼 보였다. 공항 가까운 곳이라고 늘 붐빌 거라는 생각이 조금 깨졌다.
걷기 좋은 거리감
김포공항역에서 방화근린공원 입구까지는 천천히 걸어도 20분 안팎이다. 중간에 편의점과 작은 카페가 있어 짐이 가볍다면 잠깐 쉬기에도 괜찮다. 단, 캐리어가 크면 보도 턱이 은근히 거슬린다. 나는 백팩 하나만 메고 걸었는데, 그 정도가 딱 맞았다.
비행기 소리가 배경음처럼 지나간다
이 동네의 가장 선명한 특징은 역시 소리다. 몇 분에 한 번씩 비행기가 머리 위를 지나가고, 그때마다 골목의 공기가 잠깐 흔들린다. 그런데 이상하게 시끄럽다기보다 배경음처럼 느껴졌다. 공항 안에서는 항공편 번호와 탑승 시간이 사람을 재촉하지만, 골목에서는 비행기 소리도 그냥 하루의 일부가 된다.
방화동 쪽 주택가를 걷다 보면 낮은 담장, 세탁소, 동네 분식집 같은 장면이 이어진다. 특별한 볼거리가 몰려 있는 코스는 아니다. 대신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큰 흐름 옆에서,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고 장을 보고 걷는 생활이 있다. 나는 이런 장면이 여행지보다 오래 기억에 남을 때가 많다.
- 공항 대기 시간이 2시간 이상 남았을 때 가볍게 걷기 좋다.
- 사진보다 산책과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맞는다.
- 주말보다 평일 오전이나 늦은 오후가 훨씬 차분했다.
- 비 오는 날에는 골목보다 공항 안 대기가 더 편할 수 있다.
방화근린공원에서 잠깐 숨 고르기
골목을 지나 방화근린공원에 닿으면 발걸음이 조금 느려진다. 규모가 아주 큰 공원은 아니지만, 공항 주변에서 잠깐 녹지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벤치에 앉아 있으면 동네 어르신들이 천천히 걷고, 아이를 데리고 나온 가족이 지나간다. 여행자가 주인공이 되지 않는 장소라서 편했다.
공원에서 15분쯤 쉬며 물을 마셨다. 솔직히 말하면 일부러 찾아갈 만큼 화려한 장소는 아니다. 하지만 비행 전 긴장감이 있거나, 공항 특유의 빠른 리듬에서 잠깐 빠져나오고 싶을 때는 꽤 괜찮은 쉼표가 된다. 항공 여행은 늘 이동의 효율만 생각하게 되는데, 이런 작은 산책이 그 속도를 낮춰준다.
내가 느낀 장점과 아쉬움
장점은 접근성이다. 공항에서 멀리 나가지 않아도 동네의 결을 느낄 수 있다. 택시를 타거나 긴 환승을 할 필요가 없고, 길을 잃어도 지하철역으로 돌아오기 쉽다. 반대로 아쉬운 점은 안내 표지나 여행 편의가 거의 없다는 것. 그래서 목적지를 촘촘히 찍고 움직이는 사람보다는, 그냥 30분쯤 걸어도 괜찮은 사람에게 더 어울린다.
공항을 여행의 시작점으로만 두지 않기
김포공항은 제주나 부산으로 향하는 관문처럼 여겨질 때가 많다. 나도 예전엔 공항에 도착하면 바로 체크인, 보안검색, 탑승구 순서로만 움직였다. 그런데 이번에 주변을 걸어보니 공항도 하나의 동네 한가운데 놓인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항공 노선표에는 나오지 않는 풍경이 바로 옆에 있었다.
다음에 시간이 남는다면 공항 안 카페에서 1시간을 보내기보다, 날씨 좋은 날엔 바깥 공기를 조금 마셔볼 것 같다. 대단한 발견은 아니어도 괜찮다. 여행이 꼭 멀리 가야만 시작되는 건 아니니까. 비행기를 기다리는 짧은 틈에도, 동네 골목은 자기 속도로 조용히 열려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