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튀르키예 여행에서 골목을 걸어봤더니

12월 튀르키예 여행을 떠올리면 화려한 풍경보다 이스탄불의 젖은 골목이 먼저 생각난다. 관광객이 몰리는 광장을 지나 카디쾨이 쪽으로 건너갔을 때, 빵집 앞에서 잠깐 걸음을 늦추던 사람들이 좋았다. 겨울의 도시는 흐리고 바람도 찼지만, 그 덕분에 찻집에 들어가 앉는 시간이 여행의 한 장면이 됐다.
카디쾨이에서 한 블록만 벗어나도
카디쾨이 선착장 앞은 한적한 곳이 아니다. 배에서 내린 사람들과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이 계속 오간다. 조용히 걷고 싶다면 선착장에 오래 머물기보다 북쪽의 옐데이르메니 주택가로 방향을 잡는 편이 좋았다. 큰길의 소리가 조금씩 멀어지고, 오래된 건물과 작은 가게가 이어진다.
이 동네에서는 벽화를 찾아다니느라 고개를 들었다가, 문 앞에 놓인 화분을 보느라 다시 시선을 내리게 된다. 카라콜하네 거리 주변에는 그림이 있는 벽과 카페가 있지만, 골목 전체가 전시장처럼 꾸며진 것은 아니다. 누군가 장바구니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평범한 길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진을 찍을 때는 주택 창문과 출입구를 향해 카메라를 들지 않으려고 했다.
모다까지 한 번에 걷는 일정도 가능하지만, 12월에는 욕심을 조금 덜어내는 게 좋다. 모다는 카페와 식당이 많아 주말 오후에 꽤 붐빈다. 사람 적은 시간을 원한다면 평일 오전에 옐데이르메니를 걷고, 바람이 잠잠할 때만 해안 쪽으로 내려가는 흐름이 더 편안하다.
위스퀴다르에서 쿠즈군주크로 걷던 길
다른 날에는 위스퀴다르에서 북쪽으로 걸었다. 쿠즈군주크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따라 자리한 작은 동네다. 길가에 나무가 있고, 안쪽으로 들어서면 낮은 건물과 생활 가게가 이어진다. 선착장 주변의 넓은 풍경을 보고 싶다면 위스퀴다르에 잠시 머물러도 좋지만, 내가 오래 걷고 싶었던 곳은 그다음 골목이었다.
쿠즈군주크의 중심 거리에는 찾아온 사람이 생각보다 많을 수 있다. 특히 주말에는 조용한 동네를 기대하고 갔다가 카페 앞 줄을 만날 수도 있다. 중심 거리에서 한두 번 방향을 틀어 주택가 쪽을 천천히 걸었을 때 비로소 동네의 속도가 느껴졌다. 다만 좁은 길에는 주민의 집과 일터가 가까이 있다. 사진 한 장보다 길을 비켜 주는 일이 먼저인 곳이다.
위스퀴다르에서 쿠즈군주크까지는 해안 방향으로 걷거나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겨울에는 같은 거리도 바람 때문에 길게 느껴진다. 해가 기울기 전에 돌아올 시간을 남기고 출발하면 찻집에 앉을 여유가 생긴다. 배를 이용할 계획이라면 출발 전에 이스탄불 시영 페리의 운항 시간을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겨울 운항과 날씨에 따라 기다리는 시간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12월 날씨는 걷는 방식을 바꿨다
튀르키예 기상청의 이스탄불 통계를 보면 12월 평균 기온은 약 9도이고, 비가 오는 날은 한 달에 평균 15일 남짓이다. 숫자만 보면 아주 추운 겨울처럼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바닷가에서는 젖은 신발과 바람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나는 두꺼운 옷 한 벌보다 얇은 옷을 겹쳐 입고, 작은 우산과 물에 강한 신발을 챙기는 쪽이 걷기 편했다.
일정도 날씨에 맞춰 느슨하게 잡았다. 비가 그친 한두 시간에는 골목을 걷고, 다시 내리기 시작하면 가까운 카페나 빵집에 들어갔다. 하루에 동네 두 곳이면 충분했다. 카디쾨이와 쿠즈군주크를 같은 날 급하게 묶으면 이동에 마음을 빼앗기기 쉽다. 각각 반나절씩 두고 걷는 편이 동네를 더 오래 보게 한다.
사람 적은 시간을 찾는 작은 기준
유명 관광지에서 멀어졌다고 어느 골목이나 조용한 것은 아니다. 카페가 모인 거리와 해안 산책로는 현지인에게도 인기 있는 공간이다. 내가 한적함을 느낀 시간은 대체로 평일 오전이었다. 가게들이 문을 열기 시작하고, 점심 손님이 몰리기 전의 짧은 틈이다. 반대로 주말 오후에는 같은 골목도 전혀 다른 표정을 보일 수 있다.
그래서 12월 튀르키예 여행을 다시 간다면 명소의 개수를 먼저 세지 않을 것 같다. 비 예보를 보고 걸을 동네 하나를 고르고, 돌아갈 배편만 확인한 뒤 나머지 시간은 비워 두고 싶다. 낯선 도시에서 평범한 하루의 리듬을 잠시 따라 걷는 일이 내게는 가장 오래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