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단양 여행 사평리 골목을 걸어봤더니

10월에 단양을 걸었을 때 오래 기억에 남은 곳은 전망대가 아니라 가곡면 사평리의 작은 골목이었다. 강변으로 가는 길에 집 앞 화분을 지나고, 가을볕이 든 담장을 천천히 따라 걸었다. 사진을 찍으려고 멈추기보다 그냥 걷고 싶어지는 동네였다. 사람 적은 곳을 찾는다면 단양읍에서 조금 벗어나 이 마을에 시간을 써도 좋겠다.
가곡면사무소에서 걷기 시작했다
사평리는 가곡면사무소가 있는 마을이다. 나는 면사무소를 출발점으로 잡고, 주변의 큰길과 주택 사이 골목을 천천히 걸었다. 처음 가는 동네에서 길을 정해 놓고 빠르게 돌면 작은 풍경을 놓치기 쉽다. 이곳에서는 강 쪽으로 방향만 잡고, 들어갈 수 있는 공공 보행로를 따라 움직이는 편이 마음에 맞았다.
단양군의 마을 소개를 읽어 보니 사평리는 남한강변에 자리한 가곡면의 중심 마을이다. 실제로 걸으면 여행지의 입구라는 느낌보다 누군가의 생활권에 들어왔다는 느낌이 먼저 든다. 면사무소를 찾는 차가 지나가고, 골목에는 집과 작은 밭이 이어진다. 인기 명소처럼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야 할지 알려 주는 표지도 많지 않다. 그 덕분에 걷는 속도를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었다.
다만 조용한 동네일수록 방문자가 더 조심해야 한다. 담장 안쪽이나 밭으로 발을 들이지 않고, 집 앞에 오래 서서 사진을 찍지 않았다. 좁은 길에서는 차가 오면 한쪽으로 비켜섰다. 한적함은 여행자를 위해 마련된 서비스가 아니라 주민의 평소 하루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별공원에서는 강을 오래 봤다
마을 골목을 지나 새별공원으로 향했다. 단양군 자료에는 사평리 주민들이 수해 뒤 조금 높은 곳으로 옮겨 살게 되었고, 마을 앞에 이 공원이 조성됐다고 적혀 있다. 그 사정을 알고 강을 보니 풍경이 조금 다르게 읽혔다. 물 가까이에 앉아 쉬기 좋은 곳인 동시에, 마을이 물과 함께 살아온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자리였다.
공원에서는 멀리까지 걸으려 하지 않았다. 보행 공간을 따라 느리게 걷다가 강 건너 산을 바라보고, 앉을 만한 곳이 나오면 잠깐 쉬었다. 10월 단양 여행이라고 하면 단풍 사진부터 기대하게 되지만, 내가 본 강변은 한 가지 색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아직 푸른 부분과 조금씩 색이 바뀌는 부분이 섞여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며칠 머물렀다가 다시 보면 또 다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바람은 골목 안보다 서늘했다. 낮에는 걷기 편해도 오래 앉아 있으면 얇은 겉옷이 생각난다. 또 강 가까운 흙길이나 낮은 곳은 비가 온 뒤 상태가 달라질 수 있으니, 무리해서 물가로 내려가기보다 마련된 길에서 보는 편이 편안하다. 이곳의 좋은 점은 강에 바짝 다가서지 않아도 마을과 물길이 함께 보인다는 데 있다.
사평리에서는 일정을 적게 잡는 편이 좋았다
이 마을에서 보낼 시간을 명소 한 곳의 관람 시간처럼 계산하면 조금 심심할 수 있다. 내게는 면사무소 근처를 걷고 새별공원에서 쉬었다가 다시 골목으로 돌아오는 흐름이 잘 맞았다. 한 바퀴를 급히 끝내는 대신, 오가는 길을 다르게 골라 보는 재미가 있었다. 같은 담장도 강 쪽으로 갈 때와 돌아올 때 빛이 달랐다.
먹을 곳과 차를 마실 곳을 현장에서 바로 찾겠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단양읍에서 식사를 하고 들어오거나 간단한 물을 챙기는 쪽이 마음 편하다. 작은 마을의 가게는 쉬는 날과 영업시간이 바뀔 수 있다. 버스를 이용한다면 돌아갈 편의 시간부터 확인해야 한다. 배차 간격이 긴 지역에서는 산책을 조금 줄이더라도 귀가 시간을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
- 출발점은 가곡면사무소로 잡으면 위치를 찾기 쉽다.
- 걸을 때는 마을의 공공 도로와 새별공원 보행 공간을 이용한다.
- 10월에는 강가에 오래 앉을 것을 생각해 얇은 겉옷을 챙긴다.
- 대중교통을 탄다면 출발 전에 왕복 시간표를 확인한다.
돌아오는 골목이 더 오래 남았다
단양에는 한눈에 들어오는 큰 풍경이 많다. 그런데 사평리에서 좋았던 건 시선을 자꾸 낮추게 되는 순간이었다. 햇볕 든 벽 아래 화분, 멀리 보이는 강, 조용히 이어지는 집 앞길 같은 것들. 특별한 장면을 기다리지 않아도 걸음이 느려졌다.
물론 어느 시간에 가도 사람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주말이나 날씨 좋은 날에는 공원에 산책 나온 이웃과 여행자가 더 있을 수 있다. 그래도 북적이는 명소를 몇 군데 더 도는 대신 한 마을을 천천히 걸었던 선택은 마음에 남았다. 단양에서 보낸 하루를 떠올리면 강을 바라보던 시간보다, 그 강으로 걸어가던 평범한 골목이 먼저 생각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