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동반 여행으로 배다리 골목을 걸어봤더니

얼마 전 반려견과 인천 배다리를 걸었다. 바다를 보러 간 인천 여행은 여러 번이었지만, 그날은 오래된 책방과 동네 골목 사이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평일 낮의 배다리는 조용했다. 가게 문 여는 소리와 지나가는 사람의 발걸음이 들렸고, 우리 개는 낯선 냄새를 맡느라 몇 걸음마다 멈췄다. 함께 서 있는 시간이 자꾸 길어졌는데도 서두를 마음이 들지 않았다.
동인천역에서 골목으로 들어가는 길
동인천역에서 배다리 헌책방 골목까지는 걸어서 10분 남짓이다. 역을 벗어나 배다리 쪽으로 향하면 큰길의 차 소리가 조금씩 멀어지고 낮은 건물과 오래된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목적지를 ‘배다리 헌책방 골목’으로 잡고 걸으면 찾기 어렵지 않다. 저는 개가 역 주변에서 잠깐 냄새를 맡고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을 준 뒤 천천히 출발했다.
역 근처는 오가는 사람이 많고, 골목에는 차가 드나드는 구간도 있다. 리드줄을 짧게 잡아야 했던 곳에서는 사진을 찍으려 멈추지 않았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간 다음에야 속도를 늦췄다. 반려견과 걷는 여행에서는 지도에 찍힌 거리보다 길의 폭과 차량 움직임이 더 크게 느껴진다. 같은 10분 길도 개가 편하게 걷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시간이 된다.
책방 앞에서는 조금 더 천천히
배다리에는 헌책방과 문방구, 작은 가게들이 남아 있다. 인천시도 이 골목을 오래된 시장과 책방의 흔적이 이어지는 장소로 소개한다. 가까이서 보니 그 말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각기 다른 높이의 간판과 햇빛이 비껴 닿은 책방 유리문이었다. 관광지를 한 바퀴 돌고 있다는 느낌보다 누군가의 평소 길을 잠시 함께 걷는 기분에 가까웠다.
개는 책방 앞에 놓인 물건보다 담벼락 아래에 관심이 많았다. 저는 가게 입구를 막지 않는 곳에서 잠깐 서서 간판을 읽고, 개가 냄새를 맡으면 기다렸다. 책을 좋아해도 반려견과 함께라면 가게 안에 들어가는 일은 별개의 이야기다. 반려견 출입 여부는 가게마다 다를 수 있으니 문 앞에서 먼저 물어보는 편이 좋다. 그날은 실내 구경을 목표로 삼지 않았다. 골목을 걷고 바깥에서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오래된 동네를 ‘숨은 명소’라고만 부르기에는 조금 조심스럽다. 책방 문을 열고 일하는 사람도 있고, 이 길을 지름길로 쓰는 주민도 있다. 개가 가게 앞 화분에 바짝 다가가거나 출입문을 오래 가로막지 않도록 살피니 서로 편했다. 배다리의 한적함은 아무렇게나 머물 수 있는 빈 공간에서 오는 게 아니라, 지금도 이어지는 동네의 일상에서 오는 듯했다.
반려견과 걷기 편했던 시간과 불편했던 순간
제가 걸은 평일 낮에는 한 걸음씩 속도를 늦출 여유가 있었다. 다만 배다리가 늘 조용하다고 생각하고 오면 아쉬울 수 있다. 행사나 주말 장터가 열리는 날에는 같은 골목도 훨씬 활기차진다. 사람 많은 곳에서 긴장하는 개라면 출발 전에 그날의 행사 소식을 확인하고, 차분한 산책이 목적이라면 평일을 고르는 게 낫겠다.
햇빛을 피할 그늘이 드문 구간에서는 개가 먼저 걸음을 늦췄다. 저는 작은 물병과 접이식 물그릇을 꺼내 물을 주고,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골목 폭이 좁은 곳에서는 다른 사람과 마주칠 때 개를 제 옆으로 붙였다. 바닥을 살피며 걷는 일도 필요했다. 오래된 주택가 산책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건 길을 함께 쓰는 사람들을 의식할 때였다.
배변 봉투는 바로 꺼낼 수 있는 주머니에 넣어 갔다. 가게나 주택 앞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건 작은 준비지만, 반려견과 동네를 계속 걸을 수 있게 하는 기본이기도 하다. 앉아서 오래 쉴 자리를 찾아 헤매기보다 개가 피곤해 보일 때 걸음을 멈추고, 회복되지 않으면 일찍 돌아가는 쪽이 편했다. 실제로 이 골목은 욕심내어 여러 장소를 이어 걷기보다 짧게 다녀와도 마음에 남는 곳이었다.
멀리 가지 않아도 남는 장면
돌아갈 때는 처음 지나온 길을 다시 걸었다. 올 때는 지나쳤던 문방구 앞 진열대와 벽에 남은 낡은 글씨가 그제야 보였다. 개도 아까 맡았던 냄새를 다시 확인하느라 바빴다. 사람에게는 비슷한 골목일지 몰라도 개에게는 두 번째 걸음에도 새로 읽을 것이 많은 모양이었다.
반려견 동반 여행을 떠올리면 넓은 잔디밭이나 특별한 숙소부터 찾게 된다. 그런데 배다리에서 좋았던 건 다른 데 있었다. 서로의 걸음에 맞춰 멈췄다가 다시 걷는 일, 오래된 가게 앞에서 잠깐 바람을 맞는 일. 그런 평범한 시간이 그날의 여행을 오래 기억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