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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골목 여행을 다니며 국내여행 짐을 줄여봤더니 남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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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골목 여행을 다니며 국내여행 짐을 줄여봤더니 남는 것들

가방이 가벼워지면 골목이 더 잘 보였다

얼마 전 전북 군산의 오래된 주택가를 걷다가, 괜히 가져온 여벌 옷 한 벌 때문에 어깨가 먼저 지치는 걸 느꼈다. 유명한 거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작은 세탁소, 낮은 담장, 문 닫은 이발소 같은 것들이 천천히 보이는데, 가방이 무거우면 그런 풍경보다 벤치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나는 국내여행 짐을 꽤 많이 싸던 편이었다. 혹시 비가 오면, 혹시 추우면, 혹시 사진이 안 나오면. 이런 생각이 하나씩 붙다 보면 1박 2일에도 30리터 배낭이 꽉 찼다. 그런데 동네 골목을 오래 걷는 여행에서는 준비가 많을수록 자유가 줄어드는 순간이 있었다.

최근에는 1박 2일 기준으로 18리터짜리 작은 배낭 하나만 들고 간다. 숙소에 짐을 맡기지 않아도 되고, 버스 배차가 애매할 때 그냥 걸어도 된다. 강릉 주문진의 골목이나 통영 봉수골처럼 오르막과 내리막이 섞인 동네에서는 이 차이가 꽤 크다. 2kg 정도 줄였을 뿐인데, 여행의 속도가 달라졌다.

1박 2일 국내여행 짐은 생각보다 적어도 괜찮았다

내 기준으로 가장 편했던 구성은 옷 1벌, 얇은 겉옷 1개, 속옷과 양말 1세트, 세면 파우치, 충전기, 보조배터리, 작은 우산, 물티슈, 접이식 장바구니 정도였다. 여기에 카메라를 가져가면 물병을 줄이고, 노트북을 가져가야 하면 책은 두고 간다. 하나를 넣으면 하나를 빼는 식이다.

국내여행 짐을 줄일 때 제일 먼저 덜어낼 수 있는 건 옷이었다. 사실 동네 여행은 화려한 옷보다 오래 걸을 수 있는 옷이 낫다. 전주 서학동 예술마을을 걸을 때도, 부산 초량 산복도로를 올라갈 때도, 사진에 예쁜 옷보다 편한 신발이 훨씬 오래 기억에 남았다.

  • 상의는 구김이 적고 빨리 마르는 것으로 1벌만 추가한다.
  • 바지는 이동할 때 입은 것 하나로 충분한 경우가 많다.
  • 양말은 오래 걷는 날엔 여분을 챙긴다.
  • 잠옷은 얇은 티셔츠 하나로 겸한다.
  • 우산은 접었을 때 25cm 안팎의 작은 것으로 고른다.

세면도구도 숙소마다 제공 여부가 달라서 고민되지만, 작은 용기에 덜어가면 부피가 확 줄어든다. 나는 30ml 용기 두 개에 샴푸와 바디워시를 넣고, 치약은 여행용보다 거의 다 쓴 작은 치약을 챙긴다. 아주 사소한데, 이런 것들이 모이면 배낭 안이 덜 답답해진다.

사람 적은 여행지에서는 짐보다 동선이 더 중요했다

조용한 로컬 장소를 다닐 때는 편의점이 바로 옆에 없거나,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만 오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무작정 짐을 줄이는 것보다 내가 걷는 동선을 먼저 떠올리는 게 좋았다. 예를 들어 순천 옥천동 골목처럼 도심과 가까운 곳은 필요한 물건을 중간에 살 수 있지만, 보성 작은 마을길이나 남해 해안 쪽은 물 하나도 미리 챙기는 게 마음 편했다.

나는 출발 전 지도를 오래 보는 편이다. 관광 명소보다 동네의 슈퍼, 공용화장실, 버스 정류장, 시장 위치를 본다. 이런 곳들이 보이면 짐이 줄어든다. 반대로 주변에 아무것도 없으면 물, 간단한 간식, 휴지를 넣는다. 짐을 잘 싼다는 건 물건을 많이 아는 일이 아니라, 그날의 동네를 조금 상상하는 일에 가깝다.

특히 사람 적은 골목은 카페나 식당 영업시간이 일정하지 않을 때가 있다. 평일 오후에 갔던 목포의 오래된 주택가에서는 지도에 표시된 가게 두 곳이 모두 쉬고 있었다. 그때 작은 초콜릿 하나가 꽤 고마웠다. 짐을 줄이되, 허기와 날씨만큼은 너무 믿지 않는 게 낫다.

사진 장비는 욕심을 내면 바로 무거워진다

로컬 여행을 다니다 보면 사진 욕심이 생긴다. 낡은 간판, 빛이 들어오는 골목, 빨래가 걸린 마당 같은 장면은 다시 만나기 어렵다. 그래서 한때는 카메라와 렌즈 두 개, 삼각대까지 챙겼다. 그런데 솔직히 그렇게 들고 나가면 여행이 아니라 촬영 일정처럼 느껴질 때가 많았다.

지금은 작은 카메라 하나나 휴대폰만 들고 간다. 사진을 많이 남기는 날에도 배터리만 신경 쓰면 된다. 국내여행 짐에서 전자기기는 무게보다 선이 문제였다. 충전기, 케이블, 보조배터리, 이어폰이 엉키면 파우치 하나가 금방 복잡해진다. 그래서 케이블은 짧은 것 하나, 보조배터리는 10000mAh 정도로 고정했다.

  • 카메라는 들고 걸어도 부담 없는 크기가 좋다.
  • 삼각대는 야경을 꼭 찍을 때만 챙긴다.
  • 충전 케이블은 기기와 호환되는 한두 개로 줄인다.
  • 종이 지도나 작은 노트는 배터리 걱정 없는 기록 도구가 된다.

사진을 덜 준비하면 이상하게 더 많이 보게 된다. 통영의 조용한 골목에서 한참 앉아 있었던 날도 그랬다. 찍을 장면을 찾기보다, 바람 소리와 동네 사람들 발걸음이 먼저 들어왔다. 그날 사진은 몇 장 없지만, 기억은 꽤 선명하다.

내 가방에 끝까지 남은 것들

여러 번 줄이고도 끝까지 남은 물건들이 있다. 작은 손수건, 접이식 장바구니, 얇은 겉옷, 보조배터리, 그리고 빈 공간이다. 빈 공간이 있다는 게 의외로 중요했다. 시장에서 산 귤 몇 개, 동네 책방에서 산 얇은 책, 빵집에서 포장한 식빵이 들어갈 자리가 생긴다.

군산의 작은 빵집에서 식빵을 하나 샀던 날, 예전 같았으면 손에 들고 다니다가 모서리가 눌렸을 것이다. 그런데 배낭에 공간이 남아 있으니 그대로 넣고 천천히 걸을 수 있었다. 여행의 기억은 큰 기념품보다 이런 사소한 물건에서 오래 남는 경우가 많다.

국내여행 짐을 줄인다는 건 불편을 참는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 몸에 맞는 속도를 찾는 일이었다. 사람 많은 곳을 피해 동네 골목을 걷다 보면, 필요한 건 대단한 장비보다 가벼운 어깨와 조금의 여유일 때가 많다. 다음 여행에서도 나는 아마 배낭 한쪽을 비워둘 것 같다. 그 빈자리에 어떤 동네의 냄새나 빵 봉지, 우연히 산 엽서 같은 게 들어오면 그걸로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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