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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여행지 찾다가 고성 왕곡마을 골목을 하루 걸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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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여행지 찾다가 고성 왕곡마을 골목을 하루 걸어봤더니

얼마 전 속초까지 갔다가, 바다 앞 카페와 유명 해변을 그냥 지나쳤다. 사람 많은 곳이 싫었던 건 아닌데, 이상하게 그날은 조용한 담장과 밭 사이 길이 보고 싶었다. 그렇게 차를 조금 더 북쪽으로 몰아 고성 왕곡마을에 닿았다. 강원도여행지를 찾을 때 늘 바다부터 떠올리지만, 이곳은 바다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파도 소리보다 발자국 소리가 먼저 들리는 동네였다.

속초 옆인데 속초 같지 않은 곳

왕곡마을은 강원 고성 죽왕면 안쪽에 있다. 속초 시내에서 차로 30분쯤이면 닿는 거리라 멀지는 않은데, 길의 분위기는 꽤 빨리 바뀐다. 큰 도로에서 빠져나와 논과 낮은 산 사이로 들어가면 관광지 간판보다 마을 담장이 먼저 보인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 들어가면, 갑자기 속도가 낮아진다.

사실 이곳은 완전히 이름 없는 장소는 아니다. 오래된 북방식 한옥과 초가가 남아 있고,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된 마을이다. 그런데 유명 관광지처럼 줄을 서거나 인증 사진 자리를 기다리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내가 갔던 평일 오후에는 마을을 걷는 사람이 손에 꼽힐 정도였고, 골목 사이로 들리는 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와 멀리서 들리는 농기계 소리였다.

골목은 짧고, 보는 시간은 길다

왕곡마을은 넓게 휙 돌고 끝내는 곳이 아니다. 지도만 보면 금방 지나칠 만큼 작아 보이는데, 실제로 걸으면 자꾸 멈추게 된다. 지붕의 곡선, 낮은 담장, 대문 안쪽의 장독, 집 뒤로 겹쳐지는 산 능선이 천천히 시선을 붙잡는다. 서울이나 큰 관광지에서 익숙한 빠른 리듬으로 걸으면 이 마을은 조금 심심할 수 있다. 근데 발걸음을 늦추면, 그 심심함이 오히려 좋다.

마을 안에는 실제로 주민이 사는 집도 있다. 그래서 사진을 찍을 때는 대문 안쪽을 오래 들여다보지 않게 되고, 목소리도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여행자가 조심스러워지는 장소는 묘하게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내가 잠시 머무르는 동안에도 이곳의 하루는 계속되고 있다는 감각이 있으니까.

내가 걸었던 순서

  • 마을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안내판을 먼저 봤다.
  • 큰길을 따라 한 바퀴 돌기보다 작은 골목을 천천히 오갔다.
  • 오래된 가옥 앞에서는 사진보다 눈으로 보는 시간을 더 길게 잡았다.
  • 마을 끝에서 산 쪽을 바라보다가 다시 입구로 내려왔다.

송지호까지 붙이면 하루가 부드러워진다

왕곡마을만 보고 돌아서기엔 조금 아쉽다. 가까운 곳에 송지호가 있어, 나는 마을을 걷고 나서 호수 쪽으로 이동했다. 동해 바다가 바로 옆에 있는 지역인데도 송지호 앞에서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바다는 넓고 선명하게 밀려오지만, 호수는 낮게 가라앉아 사람을 조용히 붙잡는다.

송지호 주변은 계절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달라진다. 겨울에는 철새 이야기가 자연스럽고, 여름에는 해수욕장 쪽으로 사람이 몰린다. 그래서 한적함을 원한다면 성수기 한낮보다는 오전이나 늦은 오후가 낫다. 나는 늦은 오후에 갔는데, 햇빛이 낮아지면서 물 위가 은근하게 밝아졌다.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았는데도 그 장면은 이상하게 또렷하다.

사람 적은 강원도여행지를 찾는다면 알고 갈 것

이 코스는 편의시설을 촘촘하게 누리는 여행과는 조금 다르다. 카페를 여러 군데 옮겨 다니거나, 식당 선택지를 많이 놓고 고르는 방식과는 맞지 않을 수 있다. 대신 조용한 길, 오래된 집, 호수 옆 바람, 작은 항구의 오후 같은 것을 좋아한다면 꽤 괜찮다.

  • 대중교통은 배차 간격을 미리 확인하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
  • 마을 안은 생활 공간이라 큰 소리와 사유지 촬영은 피하는 게 좋다.
  • 비 오는 날에는 흙길과 돌길이 미끄러울 수 있어 편한 신발이 낫다.
  • 식사는 고성의 작은 항구나 죽왕면 쪽 식당까지 넓게 보고 잡으면 여유롭다.
  • 축제나 체험 행사가 있는 날에는 평소보다 사람이 많을 수 있다.

나는 왕곡마을을 걷고 난 뒤 가진항 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 늦은 점심을 먹었다. 큰 항구는 아니지만, 배가 묶여 있고 동네 식당 불이 하나둘 켜지는 시간이 좋았다. 여행지라는 말보다 동네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순간이었다. 메뉴가 특별해서라기보다, 창밖으로 보이는 항구의 느린 움직임 때문에 밥맛이 오래 남았다.

조용해서 오래 남은 하루

강원도여행지를 고를 때 바다 전망, 숙소, 맛집을 먼저 따지게 되지만 가끔은 아무 일정도 밀어붙이지 않는 곳이 필요하다. 고성 왕곡마을과 송지호 주변은 그런 날에 잘 맞았다. 크게 감탄할 장면이 계속 이어지는 여행은 아니었다. 대신 걷다가 멈추고, 다시 걷고, 바람 부는 쪽을 바라보게 되는 시간이 있었다.

유명한 곳을 피하려고 일부러 낯선 길을 고르다 보면, 여행이 조금 불편해질 때도 있다. 그런데 그 불편함 안에 동네의 표정이 남는다. 나는 다음에 고성을 다시 간다면 아침 일찍 왕곡마을을 한 번 더 걸어보고 싶다. 사람보다 햇빛이 먼저 골목에 들어오는 시간, 그때 이 마을은 또 다른 얼굴을 하고 있을 것 같다.

강원도여행지 찾다가 고성 왕곡마을 골목을 하루 걸어봤더니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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