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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바다 옆 작은 마을을 천천히 걸어봤더니 알게 된 힐링여행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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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바다 옆 작은 마을을 천천히 걸어봤더니 알게 된 힐링여행의 속도

얼마 전 강릉에 갔는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해변 대신 사천진리 쪽 골목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이름난 포토존도 없고, 길게 줄 선 카페도 거의 없는 동네였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조용함이 오래 남았다. 여행을 왔다는 들뜸보다, 잠깐 다른 동네의 오후를 빌려 쓰는 기분에 가까웠다.

나는 요즘 이런 힐링여행이 더 좋다. 무언가를 많이 보고 돌아오는 여행보다, 한두 곳을 오래 보고 걷는 여행. 일정표에 체크 표시를 늘리는 대신, 바람 냄새와 골목의 높낮이, 동네 슈퍼 앞 의자의 낡은 빛깔을 기억하는 여행 말이다.

유명 해변에서 15분만 멀어져도 공기가 달라진다

강릉에서 바다를 보려면 대부분 안목이나 경포를 먼저 떠올린다. 나도 예전엔 그랬다. 하지만 이번에는 버스에서 조금 일찍 내려 사천진항 근처로 걸었다. 중심 관광지에서 차로 대략 15분 정도 떨어진 곳인데, 체감상 분위기는 훨씬 멀리 온 것 같았다.

평일 오후 2시쯤 도착했을 때, 항구 주변을 걷는 여행자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방파제 쪽에는 낚싯대를 세워둔 분들이 있었고, 작은 식당 앞에서는 주인이 파란 고무대야를 헹구고 있었다. 바다는 바로 옆에 있는데 동네는 조용했다. 관광지 특유의 빠른 음악도, 호객하는 목소리도 없었다.

사실 한적한 장소를 찾는다고 해서 꼭 깊은 산골이나 낯선 섬까지 갈 필요는 없다. 사람들이 몰리는 동선에서 한 정거장, 혹은 골목 두세 개만 비껴나도 충분히 다른 시간이 열린다. 사천진리도 그랬다. 바다를 보는 여행이면서도, 바다보다 동네의 리듬이 먼저 들어오는 곳이었다.

걷는 길은 짧지만 오래 머물게 된다

내가 걸은 길은 사천진항에서 시작해 작은 골목을 지나 바다 쪽 산책로로 이어지는 코스였다. 천천히 걸어도 40분이면 충분한 거리다. 그런데 실제로는 2시간 가까이 머물렀다. 중간에 앉을 곳이 많았고, 멈출 이유도 자꾸 생겼다.

낮은 담장 너머로 빨래가 흔들렸고, 오래된 민박 간판은 햇빛에 조금 바래 있었다. 어느 집 앞에는 고양이 밥그릇이 놓여 있었고, 골목 끝에서는 파도 소리가 작게 들렸다. 이런 장면들은 화려하지 않다. 사진으로 보면 그냥 평범한 동네일 수도 있다. 근데 막상 그 안에 있으면 마음이 이상하게 느슨해진다.

  • 사천진항 주변은 평일 낮 기준으로 비교적 조용했다.
  • 바다 산책로와 생활 골목을 함께 걸을 수 있어 지루하지 않았다.
  • 카페보다 벤치나 방파제 근처에 앉는 시간이 더 좋았다.
  • 해 질 무렵보다 오후 1시에서 4시 사이가 동네 분위기를 보기 편했다.

나는 여행지에서 너무 많은 선택지가 있으면 오히려 피곤해진다. 어디가 더 유명한지, 무엇을 먹어야 실패하지 않는지 계속 비교하게 되니까. 그런데 이 동네에서는 그런 계산이 줄었다. 문 연 식당이 보이면 들어가고, 바람이 좋은 쪽으로 그냥 걸었다. 그 단순함이 꽤 큰 휴식이었다.

작은 항구의 좋은 점은 소리가 과하지 않다는 것

힐링여행에서 중요한 건 풍경보다 소리일 때가 많다. 눈에 보이는 장면이 아무리 좋아도 주변 소리가 날카로우면 마음이 잘 쉬지 못한다. 사천진항은 그런 면에서 편했다. 배가 드나드는 소리, 파도가 콘크리트 벽에 부딪히는 소리, 가끔 지나가는 오토바이 소리 정도가 전부였다.

항구 옆에 앉아 20분쯤 멍하니 있었는데, 그 시간이 여행에서 제일 선명했다. 특별한 일이 생긴 것도 아니었다. 바람이 조금 차가웠고, 손에 든 커피는 금방 식었다. 그래도 좋았다. 도시에서 쉬려고 하면 자꾸 무언가를 틀어놓게 되는데, 여기서는 굳이 채울 필요가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이곳이 누구에게나 최고의 여행지는 아닐 수 있다. 볼거리를 촘촘하게 원하는 사람에게는 심심할지도 모른다. 맛집 투어를 기대하고 오면 선택지가 적다고 느낄 수도 있다. 대신 혼자 걷고 싶은 사람, 말수를 줄이고 싶은 사람, 바다 옆에서 동네의 일상을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꽤 잘 맞는다.

가는 길과 머무는 방식

대중교통으로 간다면 강릉 시내에서 주문진 방향 버스를 타고 사천진리나 사천진항 인근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배차 간격은 시간대에 따라 차이가 있어서, 돌아가는 버스 시간은 미리 확인하는 편이 좋다. 차로 간다면 항구 주변에 잠깐 세울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주말 점심시간에는 식당 손님 차량이 많아 조금 떨어진 곳에 두고 걷는 게 마음 편하다.

내가 추천하는 방식은 아주 단순하다. 먼저 항구를 한 바퀴 걷고, 골목으로 들어가서 바다 냄새가 희미해질 때까지 걸어본다. 그러다 다시 바다 쪽으로 나와 벤치나 방파제 근처에 앉는다. 카페를 꼭 찾지 않아도 된다. 편의점에서 따뜻한 음료 하나를 사도 충분하다.

다만 생활 동네라는 점은 꼭 기억해야 한다. 사진을 찍을 때는 집 안이 보이지 않게 하고, 너무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에는 골목에서 큰 소리를 내지 않는 게 좋다. 숨은 장소를 좋아한다는 건 결국 그 장소의 조용한 질서를 존중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행이 조금 덜 빛나도 괜찮아지는 곳

사천진리를 걷고 돌아오는 길에, 이번 여행에서 남은 사진이 생각보다 적다는 걸 알았다. 예쁘게 나온 사진보다 흔들린 바다 사진, 빈 골목 사진, 이름 모를 가게 앞 사진이 더 많았다. 예전 같으면 아쉬웠을 텐데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힐링여행은 대단한 풍경을 만나서 마음이 단번에 회복되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아무도 재촉하지 않는 길에서, 내 속도가 조금씩 돌아오는 경험에 가깝다. 강릉의 작은 항구 마을은 내게 그런 시간을 줬다. 반짝이는 여행은 아니었지만, 다음에 지쳤을 때 다시 떠올릴 수 있는 조용한 장면 하나를 얻었다.

강릉 바다 옆 작은 마을을 천천히 걸어봤더니 알게 된 힐링여행의 속도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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