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찹쌀떡 골목을 천천히 걸어봤더니 남은 건 조용한 단맛이었다

얼마 전 강릉에 갔을 때, 바다보다 먼저 떠오른 건 이상하게도 찹쌀떡이었다. 보통 강릉 하면 커피 거리나 안목해변, 초당두부를 많이 떠올리는데, 나는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를 피해 동네 안쪽을 걷다가 작은 떡집 앞에서 한참 멈춰 섰다. 유리문 안쪽으로 김이 살짝 서리고, 계산대 옆에는 막 포장한 찹쌀떡 상자가 낮게 쌓여 있었다. 화려한 간판도 아니고 줄이 길게 늘어선 집도 아니었는데, 그 조용함 때문에 더 들어가 보고 싶어졌다.
관광지보다 동네 떡집 쪽으로 발이 갔다
강릉 시내에서 찹쌀떡을 찾을 때는 유명한 이름 하나만 보고 움직이기보다, 중앙시장 주변 골목이나 오래된 주택가 근처를 같이 걸어보는 편이 좋았다. 시장 큰길은 사람 소리가 크고 기념품 가게도 많지만, 한 블록만 옆으로 빠지면 분위기가 꽤 달라진다. 낮은 건물 사이에 세탁소, 반찬가게, 작은 카페가 섞여 있고 그 사이에 떡집이 조용히 있다.
내가 들른 곳도 그런 집이었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손님은 나 말고 동네 어르신 한 분뿐이었다. 그분은 찹쌀떡 10개들이 한 상자를 익숙하게 받아 갔고, 나는 낱개로 몇 개만 골랐다. 가격은 크기와 포장에 따라 달랐지만, 낱개로 사면 부담 없이 맛보기 좋은 정도였다. 선물용 박스는 따로 있었고, 바로 먹을 건 작은 비닐 포장으로 챙겨줬다.
강릉 찹쌀떡은 단맛보다 식감이 먼저 온다
첫입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막 과하게 달거나 향이 강한 맛은 아니었다. 겉의 찹쌀은 손가락에 살짝 달라붙을 만큼 말랑했고, 안쪽 팥은 부드럽게 으깨져 있었다. 요즘 디저트처럼 크림이 많거나 토핑이 올라간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씹을수록 쌀 맛이 남고, 팥의 단맛이 천천히 따라왔다.
솔직히 사진으로만 보면 특별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얀 찹쌀떡 몇 개가 포장지 안에 나란히 들어 있을 뿐이다. 그런데 여행 중에 먹는 음식은 맛만으로 남지 않는다. 종이봉투의 따뜻함, 가게 안에서 들리던 스테인리스 쟁반 소리, 주인이 “오늘 만든 거라 말랑할 때 드세요” 하고 건네던 말투가 같이 남는다. 그런 것들이 강릉 찹쌀떡의 맛을 조금 다르게 만든다.
사람 적은 시간은 오전과 늦은 오후 사이
찹쌀떡을 조용히 사고 싶다면 점심 직전보다 오전 이른 시간이 편했다. 보통 9시 30분에서 11시 사이에는 막 나온 떡을 만날 가능성이 높고, 시장이 완전히 붐비기 전이라 골목도 여유롭다. 반대로 오후 1시 이후에는 인기 있는 맛이나 작은 포장이 먼저 빠지는 경우가 있었다. 늦은 오후에는 남은 수량이 적을 수 있지만, 그 시간대 특유의 느슨한 분위기는 꽤 좋다.
- 오전 10시 전후: 떡이 부드럽고 골목이 비교적 조용함
- 점심 무렵: 시장 손님과 여행객이 겹쳐 조금 붐빔
- 오후 4시 이후: 한산하지만 원하는 구성이 없을 수 있음
강릉역에서 움직인다면 택시를 타도 좋지만, 날씨가 괜찮은 날에는 시내 쪽으로 천천히 걸으며 주변 골목을 보는 것도 괜찮았다. 목적지를 찹쌀떡 하나로만 잡으면 조금 허전할 수 있는데, 근처의 오래된 문구점이나 작은 식당, 동네 카페까지 같이 묶으면 반나절 코스로 자연스럽다. 여행이 꼭 큰 장소를 찍는 일은 아니니까.
선물용보다 바로 먹는 한두 개가 더 기억난다
강릉 찹쌀떡은 선물로도 많이 사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바로 먹을 낱개 포장이 더 좋았다. 바닷가 벤치나 숙소 창가에서 하나 꺼내 먹으면 그날의 공기까지 같이 들어온다. 냉장고에 넣었다가 먹는 것보다 당일에 먹는 편이 훨씬 부드럽고, 시간이 지나면 찹쌀의 말랑함이 조금씩 줄어든다.
보관을 해야 한다면 실온에 오래 두기보다 가게에서 안내해주는 방식에 맞추는 게 좋다. 특히 여름에는 팥소가 들어간 떡이라 이동 시간이 길면 신경이 쓰인다. 나는 2개는 바로 먹고, 나머지는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나눠 두었다. 다음 날 먹은 것도 나쁘지 않았지만, 역시 첫날 골목에서 막 사 먹은 맛이 제일 선명했다.
강릉에서 이런 단맛을 찾는 이유
유명 관광지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다만 사람이 너무 많은 곳에서는 그 도시의 표정이 잘 안 보일 때가 있다. 강릉 찹쌀떡을 사러 걷던 골목에서는 관광 안내판보다 생활의 속도가 먼저 보였다. 장을 보고 돌아가는 사람, 가게 셔터를 반쯤 올리는 주인, 버스 정류장 앞에서 종이컵 커피를 마시는 동네 사람들. 그런 장면 사이에서 먹는 찹쌀떡은 거창한 별미보다 일상에 가까운 간식처럼 느껴졌다.
강릉에 간다면 바다를 보고 커피를 마시는 일정 사이에 작은 떡집 하나쯤 끼워 넣어도 좋겠다. 꼭 가장 유명한 집을 찾아야 한다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사람이 덜한 시간에 골목을 걸어보면 된다. 손에 들린 찹쌀떡 한 봉지가 여행의 큰 사건은 아니어도, 돌아오는 길에 이상하게 오래 생각나는 장면 하나는 만들어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