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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이동맛집을 골목으로 걸어 다녀봤더니, 조용한 한 끼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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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이동맛집을 골목으로 걸어 다녀봤더니, 조용한 한 끼가 남았다

방이동은 생각보다 골목이 길다

얼마 전 잠실 쪽 약속이 조금 일찍 끝나서 방이동 골목을 천천히 걸었다. 올림픽공원이나 석촌호수처럼 이름난 곳은 늘 사람이 많지만, 큰길에서 두 블록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차 소리는 조금 멀어지고, 오래된 간판과 작은 식당 불빛이 먼저 보인다. 나는 이런 길에서 밥집을 찾는 걸 좋아한다. 검색 순위보다 문 앞에 놓인 화분, 점심시간이 지난 뒤에도 남아 있는 국물 냄새, 단골처럼 들어가는 사람들의 걸음이 더 믿음직할 때가 있다.

방이동맛집을 찾는다고 하면 보통 먹자골목을 먼저 떠올리는데, 솔직히 거기는 시간대를 잘못 맞추면 여행 기분보다 회식 기분이 먼저 난다. 내가 좋아하는 방이동은 조금 더 조용한 쪽이다. 방이역에서 송파나루역 방향으로 걷다가 작은 사거리에서 한 번 꺾고, 올림픽공원 남문 쪽으로 이어지는 골목을 따라가면 혼자 앉아도 어색하지 않은 식당들이 꽤 있다. 화려한 맛집보다 동네 사람들이 평일 저녁에 편하게 들르는 곳들이다.

점심보다 늦은 오후가 더 좋았던 이유

방이동 골목 식당은 시간 선택이 꽤 중요했다. 점심 12시부터 1시 사이에는 회사원과 동네 주민이 한꺼번에 몰린다. 반대로 오후 2시를 넘기면 문을 잠깐 닫는 집도 많다. 내가 가장 괜찮다고 느낀 시간은 평일 오후 5시 20분쯤이었다. 저녁 손님이 몰리기 전이고, 주방에서는 이미 국이나 반찬 준비가 시작된 상태라 냄새가 가장 좋았다. 테이블도 여유가 있어서 가게 안 분위기를 천천히 볼 수 있었다.

한 번은 방이시장 쪽 작은 백반집에 들어갔다. 메뉴판은 벽에 붙은 종이 한 장이 전부였고, 가격은 8천 원대부터 1만 원 초반까지였다. 제육이나 된장찌개처럼 익숙한 음식이었는데, 반찬이 5가지 정도 나오고 밥은 막 지은 듯 김이 올랐다. 특별한 장식은 없었다. 그런데 그런 밥이 여행 중에는 오래 기억난다. 음식 사진을 찍기 좋은 곳보다, 젓가락을 들자마자 말수가 줄어드는 집이 있다. 그날 그 집이 그랬다.

사람 적은 자리를 원하면 창가보다 안쪽

혼자 다니는 여행에서는 자리도 은근히 중요하다. 방이동 골목 식당들은 가게가 크지 않은 곳이 많아서 창가 자리는 지나가는 사람과 눈이 자주 마주친다. 나는 가능하면 안쪽 벽면 자리나 주방이 살짝 보이는 자리를 고른다. 그쪽에 앉으면 손님 흐름이 덜 신경 쓰이고, 가게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자연스럽게 보인다. 반찬을 채우는 속도, 단골에게 건네는 짧은 인사, 사장님이 손님 없는 틈에 의자를 밀어 넣는 모습 같은 것들 말이다.

방이동맛집은 큰 간판보다 생활감에서 보였다

방이동을 몇 번 걸어보니 내 기준의 방이동맛집은 간판 크기와 크게 상관이 없었다. 오히려 오래된 간판인데 유리문이 깨끗하고, 점심 피크가 지났는데도 밥솥이 돌아가고, 테이블 위 양념통이 끈적이지 않은 곳이 안정적이었다. 이런 디테일은 아주 사소하지만 밥을 먹어보면 대체로 맞았다. 특히 국물 메뉴를 내는 집은 입구 근처에서 냄새가 먼저 알려준다. 끓인 지 오래돼 무거운 냄새가 나는 곳과, 막 한 번 더 끓여낸 듯한 냄새가 나는 곳은 분명 다르다.

고깃집도 많다. 다만 혼자 여행하는 날에는 고깃집보다 국밥, 칼국수, 백반, 작은 중식당이 편했다. 1인 주문이 자연스럽고 식사 시간이 길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방이동 먹자골목 안쪽에는 2인 이상 손님을 중심으로 받는 곳도 있어서, 혼자라면 들어가기 전 메뉴판을 한 번 보는 편이 낫다. 괜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서로 난처해지는 순간이 생길 수 있다.

  • 조용한 식사를 원하면 평일 오후 5시 전후가 편했다.
  • 큰길보다 한 블록 안쪽 골목이 더 생활감 있는 밥집이 많았다.
  • 혼자라면 백반, 국밥, 칼국수처럼 1인 식사가 자연스러운 집이 부담이 적었다.
  • 올림픽공원 산책 전후로 묶으면 한 끼 여행 코스가 된다.

산책과 같이 묶으면 더 오래 남는 동네

방이동의 좋은 점은 밥만 먹고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식사를 하고 올림픽공원 쪽으로 걸으면 속도가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공원까지 크게 멀지 않아서 배부른 상태로 걷기 좋고, 밤이 되면 골목의 식당 불빛과 공원의 어두운 나무 그림자가 서로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유명한 포토존을 찍으러 가는 길이 아니라 그냥 소화시키려고 걷는 길인데, 오히려 그런 시간이 여행처럼 느껴졌다.

나는 방이동에서 한 끼를 고를 때 너무 많은 후보를 저장하지 않는다. 많아야 3곳 정도만 생각해두고, 실제로는 그날 문이 열려 있고 자리가 편해 보이는 곳에 들어간다. 로컬 여행은 계획을 촘촘히 세울수록 재미가 줄어드는 순간이 있다. 물론 실패도 있다. 간이 너무 세거나, 생각보다 시끄럽거나, 기대한 메뉴가 떨어진 날도 있었다. 그래도 그런 날까지 포함해서 동네를 알아가는 느낌이 있다.

방이동을 처음 걷는다면 이렇게 움직였다

처음이라면 방이역에서 시작해 방이시장 주변을 천천히 보고, 이후 올림픽공원 남문 쪽으로 방향을 잡는 동선이 무난했다. 전체 거리는 천천히 걸어도 30분 안팎이라 부담이 크지 않다. 중간에 식당을 고르고, 식사 후 공원 쪽으로 빠지면 길이 단순해서 헤맬 일도 적었다. 주말 저녁은 사람이 많으니 한적함을 기대한다면 평일이 훨씬 낫다. 특히 비가 살짝 온 다음 날 저녁에는 골목 냄새가 차분해져서 걷는 맛이 있었다.

방이동맛집이라는 키워드는 어쩐지 화려한 식당 목록처럼 보이지만, 내가 기억하는 방이동의 맛은 조금 다르다. 조용한 테이블, 너무 친절하지도 무심하지도 않은 응대, 반찬 접시를 내려놓는 소리, 식사 후 천천히 공원 쪽으로 걷던 공기. 그런 것들이 합쳐져서 한 끼가 된다. 유명한 곳을 피해 걷다 보면 오히려 동네가 가진 진짜 표정이 보일 때가 있다. 방이동은 그런 방식으로 천천히 좋아지는 동네였다.

방이동맛집을 골목으로 걸어 다녀봤더니, 조용한 한 끼가 남았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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