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호텔을 바다 앞 말고 골목 뒤에 잡아봤더니

얼마 전 속초에 갔을 때, 일부러 해변 바로 앞 숙소를 피했다. 바다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창문만 열면 사람 소리와 차 소리가 한꺼번에 들어오는 속초는 조금 피곤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서다. 이번에는 속초호텔을 고르는 기준을 바꿨다. 바다와 시장까지는 걸어갈 수 있지만, 밤에는 동네가 먼저 잠드는 곳. 그런 숙소를 찾다 보니 청초호 뒤편과 영랑동 골목이 눈에 들어왔다.
속초는 생각보다 작다. 차로 10분이면 해수욕장, 중앙시장, 등대 쪽을 오갈 수 있고, 걸어서 15분 안에 분위기가 꽤 달라진다. 그래서 호텔의 이름보다 위치가 더 중요했다. 창밖 풍경이 화려한지보다, 아침에 나왔을 때 편의점 앞 플라스틱 의자에 앉은 동네 어르신이 보이는지. 저는 그런 장면이 있는 속초호텔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바다 앞 1열보다 한 골목 뒤가 좋았던 이유
속초해수욕장 바로 앞 호텔은 분명 편하다. 모래사장까지 3분, 대관람차까지 5분이면 닿는다. 그런데 금요일 저녁이나 여름 성수기에는 엘리베이터부터 주차장까지 작은 대기 줄이 생긴다. 체크인 시간인 오후 3시부터 5시 사이에는 로비가 여행 가방으로 꽉 차고, 밤 10시 이후에도 해변 쪽은 생각보다 오래 밝다.
이번에 묵은 곳은 해변에서 도보로 약 12분 떨어진 생활권 안쪽이었다. 객실 창문으로 바다가 크게 보이진 않았지만, 골목 끝으로 파란 선이 얇게 걸려 있었다. 대신 밤에는 조용했다. 편의점 냉장고 문 닫히는 소리, 횡단보도 신호음, 멀리서 들리는 배달 오토바이 소리 정도. 관광지의 소란보다 동네의 생활음에 가까웠다.
속초호텔을 찾을 때 지도에서 해변과 너무 붙은 곳만 보면 선택지가 비슷해진다. 오션뷰, 루프탑, 조식, 주차.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조용한 여행을 좋아한다면 해변에서 800m에서 1.2km 정도 떨어진 곳도 같이 봐두는 게 좋다. 걸어가기엔 충분하고, 돌아와 쉬기엔 훨씬 편했다.
청초호 쪽 숙소는 저녁 산책이 좋다
청초호 주변 속초호텔은 가족 여행객도 많지만, 길을 조금만 틀면 분위기가 차분해진다. 저는 저녁을 중앙시장에서 사 와서 객실에서 먹고, 8시쯤 호수 쪽으로 걸었다. 시장에서 호텔까지 차로는 5분 남짓, 걸으면 20분 정도 걸렸다. 배가 부를 때 천천히 걷기 좋은 거리였다.
청초호는 바다처럼 시원하게 터진 느낌은 아니지만, 물가를 따라 걷는 맛이 있다. 낮에는 차가 많아 평범해 보이던 길도 밤에는 조명이 물에 비쳐 꽤 잔잔하다. 특히 숙소가 호수와 가까우면 아침 동선이 편하다. 커피 한 잔을 들고 15분만 걸어도 여행 첫 장면이 생긴다.
- 중앙시장과 가까운 숙소는 저녁 식사 해결이 편하다.
- 청초호 주변은 해변보다 바람이 덜 거칠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 단, 큰 호텔이 모인 구역은 주말 주차장이 붐빌 수 있다.
- 객실 수가 많은 곳은 엘리베이터 대기 시간이 생기는 편이다.
솔직히 청초호 근처 숙소는 ‘완전히 한적한 곳’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그래도 해변 한가운데보다 생활 편의와 조용함의 균형이 좋다. 속초호텔을 처음 고르는 사람이라면 실패 확률이 낮은 구역이기도 하다.
영랑동과 등대해변 쪽은 조금 더 로컬에 가깝다
사람 적은 속초를 찾는다면 영랑동 방향이 더 잘 맞을 수 있다. 등대해변, 영금정, 영랑호가 가까운데도 메인 해수욕장 쪽보다 걸음이 느리다. 아침 7시쯤 골목을 걸었을 때, 여행객보다 운동 나온 주민이 더 많았다. 작은 식당들은 문을 늦게 여는 곳도 있었고, 카페 앞에는 배달 상자가 먼저 놓여 있었다.
이쪽 속초호텔은 신축 레지던스형 숙소가 섞여 있어 객실 안에서 간단히 머물기 좋았다. 냉장고가 넉넉하고, 테이블이 있는 객실이면 시장에서 산 닭강정이나 오징어순대를 펼쳐놓기 편하다. 다만 무인 체크인 방식인 곳도 있어, 휴대폰 배터리와 예약 문자는 미리 확인해두는 편이 낫다.
영랑호까지는 걷는 사람 기준으로 15분에서 25분 정도 잡으면 된다. 저는 아침에 영랑호 산책로를 조금 걷다가, 돌아오는 길에 동네 빵집에서 빵을 샀다. 특별한 관광 코스는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시간이 더 여행 같았다. 속초의 유명한 장면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잠깐 빌린 동네의 리듬에 들어간 느낌이었다.
속초호텔 고를 때 제가 보는 기준
사진만 보면 다 좋아 보인다. 그래서 저는 속초호텔을 고를 때 화려한 객실 사진보다 지도와 후기를 더 오래 본다. 특히 ‘조용했다’는 말보다 ‘주차’, ‘엘리베이터’, ‘방음’, ‘체크인 대기’ 같은 단어를 찾는다. 조용한 숙소는 감성보다 운영에서 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1. 도보 10분 안에 편의시설이 있는지
완전히 외진 곳은 한적하지만, 밤에 물 하나 사러 나가기 애매하다. 도보 5분 안에 편의점, 10분 안에 간단한 식당이 있으면 여행 피로가 줄어든다. 차를 다시 빼지 않아도 되는 게 생각보다 크다.
2. 관광지와 너무 붙어 있지 않은지
해변 바로 앞, 시장 바로 옆은 이동이 편하지만 소음도 같이 따라온다. 저는 지도에서 목적지와 숙소 사이에 골목 두세 줄 정도 여백이 있는 곳을 좋아한다. 걸어서 닿지만, 밤에는 빠져나올 수 있는 거리다.
3. 주차 방식이 명확한지
속초는 주말이면 숙소보다 주차가 먼저 문제다. 객실 수가 많은 호텔은 지하주차장이 있어도 늦은 밤 만차가 되는 일이 있다. 안내요원이 있는지, 외부 주차장을 쓰는지, 입출차가 자유로운지 확인하면 마음이 편하다.
제일 좋았던 시간은 숙소 밖 20분이었다
이번 속초 여행에서 가장 기억나는 건 객실 뷰가 아니었다. 아침에 호텔을 나와 골목을 걷던 20분이었다. 문 닫힌 횟집 앞에 물청소 자국이 남아 있었고, 작은 슈퍼 앞에는 파란 플라스틱 박스가 쌓여 있었다. 관광객이 몰리는 시간보다 조금 이른 속초는 훨씬 부드러웠다.
속초호텔을 고를 때 꼭 제일 유명한 곳을 잡을 필요는 없다고 느꼈다. 바다를 보러 가는 여행이어도, 잠은 동네 쪽에서 자는 게 더 편할 때가 있다. 낮에는 사람 많은 곳을 잠깐 지나가고, 저녁에는 조용한 골목으로 돌아오는 식의 여행. 속초는 그런 식으로 다녀올 때 더 오래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