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유명한 곳만 피해 걸어봤더니, 조용한 동네가 더 오래 남았다

관광지보다 골목이 먼저 보이던 날
얼마 전 베트남을 다녀왔는데, 이상하게도 사진첩에 남은 건 유명한 사원이나 전망대보다 동네 시장 입구, 낮잠 자는 가게 고양이, 비 온 뒤 젖은 골목 같은 장면이 더 많았다. 베트남여행지추천을 찾다 보면 하노이, 다낭, 호이안, 호찌민처럼 이름난 도시가 먼저 나오지만, 막상 오래 기억나는 순간은 그 도시의 중심에서 한두 걸음 비켜난 곳에 있었다.
사람이 적은 곳을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베트남은 꽤 괜찮은 나라다. 큰길은 오토바이와 경적 소리로 정신없지만,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금방 다른 속도가 나온다. 플라스틱 의자 몇 개 놓인 쌀국수집, 작은 제단 앞에 향을 피우는 집, 해 질 무렵 빨래를 걷는 사람들. 그런 장면들이 여행을 조금 느리게 만든다.
솔직히 베트남의 유명 관광지는 아름답지만 피곤할 때도 있다. 단체 관광객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사진을 찍는 일도 줄 서는 일이 되고, 카페 하나 들어가도 전망 좋은 자리는 금방 찬다. 그래서 나는 보통 오전에는 이동을 하고, 오후 늦게부터 동네를 걷는다. 현지 사람들의 생활 리듬이 보이는 시간이라 여행지라는 느낌보다 잠시 그 동네에 섞인 느낌이 든다.
하노이는 호안끼엠보다 서호 뒤편이 좋았다
하노이에 가면 대부분 호안끼엠 호수 주변에서 시간을 보낸다. 물론 처음 가는 사람에게 그 근방은 편하다. 숙소도 많고, 음식점도 많고, 걸어서 볼 거리도 많다. 그런데 사람이 적은 하노이를 보고 싶다면 서호의 관광 카페 라인보다 조금 뒤쪽 주택가를 걸어보는 쪽이 훨씬 좋았다.
서호는 둘레가 약 17km라 전부 걷기에는 꽤 길다. 나는 해가 기울 무렵 한 구간만 천천히 걸었다. 큰길에서 벗어나 골목으로 들어가면 외국인 대상 식당이 줄어들고, 오토바이를 고치는 작은 가게나 과일을 쌓아둔 노점이 보인다. 호수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많아도, 안쪽 골목까지 들어오는 여행자는 생각보다 적었다.
서호 뒤편에서 좋았던 장면
- 오후 4시 이후, 학교가 끝난 아이들이 골목을 지나가는 시간
- 호수보다 주택가 쪽에 가까운 작은 로컬 카페
- 비가 온 뒤 물웅덩이에 노란 집 벽이 비치던 좁은 길
근데 이 동네는 목적지를 콕 찍고 가는 곳이라기보다 방향만 정하고 걷는 편이 맞다. 지도에 별표를 많이 찍어두면 오히려 피곤해진다. 카페 하나, 밥집 하나 정도만 정해두고 그 사이를 돌아가는 식이 좋았다.
호이안은 올드타운보다 새벽 시장이 더 조용했다
호이안은 워낙 예쁜 도시라 사람이 적은 곳을 찾기 어렵다고 생각하기 쉽다. 특히 등불이 켜지는 저녁의 올드타운은 정말 붐빈다. 배를 타자는 호객도 많고, 강가 쪽은 거의 계속 사람 흐름을 따라 움직이게 된다. 그런데 새벽에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나는 오전 6시쯤 숙소를 나와 시장 쪽으로 걸었다. 관광객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전이라 골목은 조용했고, 대신 장사 준비를 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생선 냄새, 허브 향, 젖은 바닥, 오토바이에 실려 들어오는 채소 상자. 예쁘게 꾸며진 호이안보다 생활하는 호이안이 먼저 보이는 시간이었다.
사실 새벽 시장은 낭만적인 장소만은 아니다. 바닥은 미끄럽고, 냄새가 진하게 올라오고, 사진을 찍기 민망한 순간도 있다. 그래도 그 솔직함 때문에 더 좋았다. 여행자가 소비하기 좋게 다듬어진 장면 말고, 도시가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는 기분이었다.
다낭에서는 바다보다 주택가 밥집을 더 오래 기억했다
다낭은 베트남여행지추천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 도시다. 미케비치, 바나힐, 한시장처럼 이름난 장소도 많다. 하지만 다낭에서 마음이 편했던 곳은 해변 바로 앞보다 한두 블록 뒤로 들어간 주택가였다. 바다 앞 식당은 전망이 좋지만 가격과 분위기가 관광지에 가깝고, 안쪽 골목 밥집은 훨씬 담백했다.
점심시간을 조금 지나 오후 1시 30분쯤 들어간 작은 밥집이 있었다. 메뉴판은 간단했고, 손님 대부분은 근처에서 일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밥 한 접시와 국, 절인 채소가 나왔는데 특별한 음식이라기보다 매일 먹는 점심 같았다. 그런 식사가 여행 중에는 이상하게 든든하다. 한 끼 가격도 해변가 식당의 절반 정도였고, 무엇보다 오래 앉아 있어도 눈치가 보이지 않았다.
다낭에서 사람 적은 동네를 고르는 방식
- 해변 바로 앞 도로보다 2~3블록 안쪽으로 걷기
- 점심 피크가 지난 시간에 로컬 식당 들어가기
- 리뷰 많은 곳보다 손님 회전이 자연스러운 작은 가게 보기
물론 위생이나 현금 준비는 신경 써야 한다. 작은 가게는 카드 결제가 안 되는 경우가 많고, 영어가 잘 통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도 손짓과 짧은 인사만으로도 식사는 충분히 가능했다. 이런 순간에는 여행 실력이 대단해서라기보다, 서로 너무 많은 걸 요구하지 않아서 편하다.
후에의 골목은 느리고 낮았다
후에는 하노이나 다낭에 비해 여행자 밀도가 낮게 느껴졌다. 왕궁과 유적지가 유명하지만, 내가 좋았던 건 향강 근처의 낮은 주택가와 오래된 카페들이었다. 도시 전체가 조금 느린 편이라, 바쁘게 여러 곳을 찍고 다니기보다 한 구역을 오래 걷는 쪽이 어울렸다.
오후의 후에는 햇빛이 강해서 무리하면 금방 지친다. 나는 낮에는 숙소에서 쉬고, 오후 4시 이후에 나갔다. 강가에는 산책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나오고, 골목 안쪽에서는 저녁 장사를 준비하는 냄새가 올라왔다. 하노이의 골목이 촘촘하고 빠르다면, 후에의 골목은 낮고 느린 느낌이었다.
후에에서는 카페 선택도 재미있었다. 큰 간판이 있는 곳보다 오래된 집을 개조한 듯한 작은 카페가 기억에 남았다. 의자가 조금 삐걱거리고, 선풍기 소리가 들리고, 커피가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리는 곳. 빠른 서비스보다 그 시간 자체가 좋은 장소였다.
사람 적은 베트남 여행을 위해 챙긴 기준
조용한 베트남을 찾으려면 아주 비밀스러운 장소를 알아야 하는 건 아니었다. 유명 도시 안에서도 시간과 동선만 조금 바꾸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관광지와 투어가 몰리는 시간이라, 나는 그때 이동하거나 쉬는 쪽을 택했다. 대신 새벽, 늦은 오후, 저녁 식사 직전 시간을 골목 산책 시간으로 남겨두었다.
- 명소 바로 옆보다 생활권으로 이어지는 골목을 걷기
- 평점보다 손님 구성과 회전 속도 보기
- 숙소는 중심가에서 도보 10~15분 떨어진 곳으로 잡기
- 하루 일정은 2곳 정도만 정하고 빈 시간을 남기기
- 사진보다 앉아 있는 시간을 조금 더 길게 두기
베트남여행지추천을 묻는다면 나는 여전히 하노이, 호이안, 다낭, 후에를 말할 것 같다. 다만 그 도시의 가장 유명한 표정만 보고 오지는 않았으면 한다. 큰길에서 한 골목 들어가고, 식사 시간을 조금 비켜가고, 목적지 없이 20분만 걸어도 베트남은 훨씬 조용하고 다정한 얼굴을 보여준다. 여행이 꼭 특별한 장면으로 가득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어떤 날은 낡은 의자에 앉아 연유커피가 녹는 걸 기다리는 시간이, 가장 여행다운 기억으로 남기도 한다.
